농심그룹에 내부거래 비중 축소 '비상'이 걸렸다. 농심(004370)이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다. 농심그룹은 친인척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분리를 진행하는 등 자산총액을 5조원 이하로 유지해왔지만, 작년말 이를 넘어섰다.

농심그룹은 라면 등을 만드는 핵심 계열사 농심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스프를 만들어 넘기고, 포장재를 공급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재차 계열 분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 /뉴스1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농심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며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지 14년 만이다.

농심그룹의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의 신규 자산 취득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이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가마트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엔디에스는 헬스케어 기업 유투바이오(221800)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이에 소속회사 전체 자산총액이 5조 379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유투바이오는 농심그룹에 편입되지 않았다. 농심그룹은 오히려 지난해 4월 조미식품·어육제품 제조업체인 우일수산에 대한 계열 분리를 공정위에 새로 신청하면서 대기업 집단 지정을 피해갔다. 7000억원 자산을 지닌 우일수산을 소속회사에서 빼기 위함이었다.

1992년 설립된 우일수산은 주요 주주가 김정조·김정록·김창경씨 등 김씨 일가다. 고(故) 신춘호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인척이 운영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상호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채무 보증이나 임원 겸임이 없는 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계열 분리를 승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농심그룹이 이번 대기업 집단 지정을 앞두고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메가마트를 재차 계열 분리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소속회사에 포함됐다"면서 "올해부턴 농심도 명실상부 대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동원 농심 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농심그룹은 그러나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간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대기업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주요 경영 사항 공시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직접 적용받게 됐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의 내부거래를 막고 있다.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도 진행한다.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072710)를 지배회사로 농심, 율촌화학(008730) 등 상장사 4개, 비상장사 21개, 해외법인 19개 등 총 4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42.92%로 최대주주며, 차남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갖고 있다.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율촌화학, 농심미분, 태경농산 등의 계열사는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를 수직 계열화해 내부거래 의존도가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직접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농심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신동윤 부회장(13.93%)이 최대주주로 있는 율촌화학은 총 매출 5125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를 통해 올린 매출이 2015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9.3%로 나타났다. 신라면 포장재 등을 납품으로 농심에서만 1768억원 매출을 올렸다.

그래픽=손민균

쌀가루 제조 및 판매 회사 농심미분은 지난해 137억원 매출 중 27.7%인 38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농심미분은 신동익 부회장이 6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신 부회장의 자녀인 신승열씨와 신유정씨 등 오너가 2·3세가 100% 소유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 등을 담당하는 농심홀딩스의 100% 자회사 태경농산의 내부거래 비중은 52%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매출 4133억원 중 2169억원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농심엔지니어링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3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농심이 계열 분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의 맞교환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율촌화학이 신동윤 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매각하고, 농심홀딩스가 가진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는 식이다.

농심그룹은 2017년에도 신동윤 회장이 소유한 농심홀딩스 주식(30만1500주)을 형인 신동원 회장(27만9867주)과 장남 신상렬씨(2만4580주) 등에게 매도한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신동원 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36.93%에서 42.92%로 큰 폭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내부거래는 사업의 효율성 증대 효과 측면일 뿐 총수 일가 사익편취와는 거리가 멀다. 지속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계열 분리와 관련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