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에 '팜유 비상'이 걸렸다. 세계 팜유 공급의 절반을 담당하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팜유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대부분의 핵심 원재료다.
2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3일 국민의 필수품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공급 대란을 겪으며 식용유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해바라기씨유 수출 1, 2위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식용유 가격이 뛰자 원료인 팜유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다. 팜유는 식용유,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것은 물론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위도도 대통령은 수출 중단을 통해 팜유 가격 안정을 택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시장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당장 국내 라면·제과업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름야자의 과육을 가공해 생산한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유탕면과 과자 등의 제조에 사용하는 핵심 원료기 때문이다. 농심(004370)과 오뚜기(007310) 등은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해 왔다.
특히 한국의 인도네시아산 팜유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규모는 지난해 34만1802t(3억7101만 달러)으로 수입량의 56.4%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097950), 롯데푸드 등 식용유 제조업체들도 위기다. 대두유(콩기름), 카놀라유(유채의 종자에서 추출한 기름), 해바라기씨유 등 원재료가 최근 곡물가 상승으로 잇따라 오른 데 더해 팜유 원료 구매가마저 오르게 돼서다.
라면·제과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당분간 버텨본다는 방침이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심해지면 제품 가격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원재료가 올라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3개월 뒤다. 식품업계는 보통 약 3개월치 팜유를 비축해두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량 소진에 따른 제품 생산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맛의 차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산 팜유 등 대체재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식당에서 주로 쓰는 18ℓ들이 식용유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최근 1년간 롯데푸드 콩식용유(18ℓ)는 84%(2만7450원→5만430원) 올랐고,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18ℓ)는 66%(3만8310원→6만3760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