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병으로 동원그룹 오너 일가만 이익을 보게 된다. 동원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합병을 승인해선 안된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이자 핵심 사업 계열사인 동원산업(006040)의 합병 추진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해 동원그룹 오너일가의 배만 불리는 합병안이라는 것이다.

/동원그룹

동원그룹은 지난 7일 동원산업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1대3.8385530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한다고 공시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평가 방식에 따라 산술평균 주가가 24만8961원으로 책정됐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토대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을 합병가액으로 산정해 주당 19만1130원으로 평가됐다.

이렇게 평가된 합병가액에 동원산업의 주식을 1대5 액면분할을 적용해 최종 합병비율은 1대3.8385530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동원그룹 측 설명이다.

이번 합병이 기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지분율 68.72%)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합병 후 동원산업의 지분을 48.43%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원그룹이 제시한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동원그룹의 시가총액(합병가액 X 상장주식수)을 산출하면 9155억원이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2조8020억원의 매출에 26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률이 10%대에 이르는 회사의 기업가치가 1조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원산업이 100% 보유한 자회사인 미국의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 가치만 해도 1조원에 이른다.

동원산업의 주가 순자산 비율(PBR)은 0.56 수준이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비율로, 현재 주식 시가가 실제 회사의 가치 대비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동원그룹 지주사 합병 후 지배구조 변화. /동원그룹 제공

투자업계에선 이번 합병 비율 산정이 불공정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는 "동원(그룹) 지배주주 일가는 고성장하는 자회사를 가진 동원산업의 일반주주를 내쫓고 그들에게 돌아가게 될 이익을 강탈해 본인들의 부를 더 쌓으려고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참으로 저열한 짓"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이어 "이번 합병비율은 동원산업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대주주 입장에서 철저히 유리하도록 산정됐다"면서 "동원산업의 가치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합병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이번 합병은 소액주주를 우습게 보고 회계법인과 공모해 동원산업 소액주주를 털어먹으려는 부도덕한 재벌 기업의 탐욕"이라며 "거래소가 합병 결정을 보류하거나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연은 다음주 한국거래소 앞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신청서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원그룹 측은 이 같은 여론에 대해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합병 계획 공시 전 실시한 기업가치 평가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모두 공정가치를 놓고 평가를 했다"면서 "거래소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