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사람들이 대게를 먹는다고 2층 식당에 자리가 없었어요.”
지난 8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는 “비싸서 못먹던 대게가 싸졌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킬로그램(㎏)당 8만원에서 최상급은 10만원까지 나갔던 러시아산 대게의 가격이 최근 5만원대로 떨어지자 ‘반값 대게’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러시아산 대게 4마리를 20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주말에 가족과 먹으려고 대게 4마리를 구입했다”며 “1인당 한마리씩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상인은 “대게는 배를 뒤집어 쪄야 맛있다”며 스티로폼 박스에 대게를 포장했다. 수조에 들어있던 조개 한줌도 서비스로 줬다.
대게 가격이 폭락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등 서방 국가가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로 대게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대 소비지 중 하나인 중국의 상하이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되면서 중국향(向) 물량도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신선도가 중요한 대게의 공급량이 급증하다보니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경매 낙찰가부터 급락했다는 게 수산시장 상인들의 설명이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산 활(活) 대게 평균 낙찰 가격은 킬로그램당 4만2400원이었다. 올해 1월 5만6500원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지자 이달 초 2만8800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이후 사람들이 몰리자 물량이 소진되기 시작했고 값이 4만원대로 반등했다.
대게 값이 다소 반등했어도 올해 초에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대게는 초겨울에 살이 차올라 11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수율(살 찬 비율)이 높아졌는데 대게 값이 저렴하니 대게를 찾는 사람들도 급증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대게 판매 가격은 올해 초 8만원에서 10만원이였으나 이후 4만원대까지 낮아졌고 다시 5만원대로 올랐다고 한다.
대게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올해 초 10만원 받던 수율 좋은 대게를 현재 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비싼 대게 값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엄청 사갔다”고 했다. 한 노년 남성은 “이곳이 싱싱하고 살이 오른 대게를 경매에서 잘 낙찰받는다고 지인에게 소개받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대게 3마리를 구매했다.
대게를 배달로 주문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한다. 상인 유모씨는 “1만2000원을 추가하면 인근 퀵서비스 배달이 가능하다”며 “이날도 배달 주문이 꽤 있었다”고 했다. 유씨는 “대게를 쪄서 배달하면 마리당 3000원이 추가되는데 여러 마리 구입하면 4마리당 1만원씩 받는다”고 했다.
러시아산 킹크랩(왕게)도 같은 이유로 값이 하락했다. 킹크랩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러시아산 킹크랩은 올해 초 12만원대에 판매했지만 현재 8만5000원에서 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킹크랩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단맛이 나는 킹크랩 브라운은 7만원, 본연의 맛이 강한 블루는 8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블루가 좀 더 인기”라고 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다양한 대게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찐 요리부터, 대게 라면, 대게 볶음밥까지 조리법과 후기로 가득하다.
경기도에 사는 최모씨는 “평일에 일하느라 바빠서 아직 대게 대란에 동참하지 못했는데 값이 오르기 전에 주말에 수산시장에 방문해 친구들과 대게를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대게 물량을 미리 확보한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게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100그램(g)당 6400원에, 카드 할인 등을 받을 경우 최저 3950원에 대게를 판매했다. 특가 할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 매장은 물량이 조기에 매진되기도 했다.
수산업자들은 대게 대란이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값 소식에 수요가 늘어 물량이 급속도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봉쇄를 풀면 국내에 들어오던 대게 공급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인 허모씨는 “일시적으로 물량이 늘어났지만 손님들이 몰려 재고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달 중순쯤부터 값이 원래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