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와 부자재 가격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2022년 3월 24일, CJ제일제당 햇반 가격 인상 배경 설명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요 경영진의 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2022년 3월 21일, CJ제일제당 이재현 회장 등 경영진 연봉 상승 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물류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연말 연초 '돈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억제하기보다 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며 이윤만 추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6.6%, 가공식품 물가는 6.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 물가 상승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7.0% 이후 24년여 만의 최대치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폭은 2012년 4월(6.5%) 이후 9년11개월 만의 최대치다.

가공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식품기업들이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쌀값 인상을 이유로 햇반 가격을 6~7% 인상한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달 말 햇반 가격을 다시 7~8% 가량 올렸다. CJ제일제당 측은 "햇반 제조에 사용되는 LNG 가격이 올랐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쌀 가격이 전년 대비 10%가량 하락한 것은 이번 가격 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상 요인이 되는 사유는 어떻게든 반영하고, 가격을 내려야 할 사유는 못 본 척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감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재료 가격 하락시 기업이 누렸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의 비합리적 가격 인상 및 혹시 모를 담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식품기업들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매출 대비 원가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이 지난달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78%로 전년 원가율(78.6%) 대비 소폭 내렸다. 매출 신장률보다 원가 인상폭이 낮아진 것이다.

가격 인상에 힘입은 CJ제일제당의 역대 최대 실적은 고스란히 기업 총수인 이재현 CJ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 회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으로부터 84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2020년 받은 돈(28억원)의 3배다. CJ제일제당 임직원 평균 급여(7500만원)와 비교하면 112배에 이른다.

국내 1위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000080)는 소주의 도수 낮추기로 주정값 등 비용을 절감하고, 출고가를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 2조2029억원에 영업이익 1741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12.3% 감소했다. 이 회사의 매출원가율은 57.9%(2021년)로 전년(56.8%)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실적이 줄었음에도 총수의 보수액은 오히려 늘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작년 연봉은 72억원. 전년 연봉(54억원) 대비 33.3% 늘었다.

롯데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매출원가율이 낮아지고, 영업이익률은 올라갔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 기존 실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단순히 매출원가율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가격 인상 요인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기업의 목적이 최대 이윤을 내고 주주와 구성원에게 환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회적 책임도 간과해선 안된다"며 "원가 절감 노력 없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선 실적이 늘었다며 오너 일가 연봉을 대폭 올린 것은 도덕적 해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