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푸드 본사. /홍다영 기자

롯데푸드가 올레오케미칼(Oleochemical·유지 화학) 사업에 진출한다. 기존에는 치킨을 튀기는 기름, 마가린 등 식품 유지 사업을 했다면, 남은 기름을 재활용해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비(非)식품 유지 사업에 뛰어든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는 "친환경을 위해 올레오케미칼 사업에 나선다"면서 "화장품 제조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푸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다만 "아직 (화장품 원료) 납품처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 침체와 저출산으로 식품 소비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신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롯데푸드는 현재 콩식용유, 올리브유, 옥수수 기름, 버터, 마가린 등의 식품 유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충남 천안 공장 등에서 정제하고 가공해 식품 기업에 납품한다.

롯데푸드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078억원(연결 기준), 384억원이다. 매출의 45%가 유지 사업에서 나온다.

기존에는 기름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마가린 등을 만들고 남는 기름을 폐기했는데, 앞으로는 버려지는 기름을 재활용하고 가공해 화장품이나 비누 등의 원료로 만들어 납품하겠다는 것이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롯데푸드 제공

롯데푸드는 올리오케미칼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작년 사업 정관에 화장품과 신재생에너지업을 추가하고 시장 조사를 통해 사업검토에 나섰다. 연내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화장품 제조 업체에 원료를 납품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롯데푸드의 올레오케미칼 사업은 유지사업부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중앙연구소와 협업해 연구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품 기업 중 올레오케미칼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롯데푸드가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화장품에 식물성·동물성 기름을 넣는 경우 세정력이 생기고 제품 형태 유지에 도움을 준다. 국내 화장품 제조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기름을 수입하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는 "롯데푸드는 국내 유지 업계 1위로 (기름) 부산물이 많이 나온다"면서 "수익 창출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비식품 유지를 직접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958년 설립된 롯데푸드는 1960년 국내 최초로 마가린을 생산하는 등 유지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1982년 페이스트리 전용 마가린, 1991년 멸균 휘핑 크림, 2005년 산화 및 열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고올레산 대두 등을 선보였다.

2008년 유화제 무첨가 마가린, 2009년 저포화 유지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천안 공장은 아시아 최초로 환경 친화적 나노 정제 설비를 도입했으며 트랜스 지방을 줄이는 정제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7월 1일 롯데제과에 합병된다. 올레오케미칼 사업은 합병 이후 롯데제과와 롯데중앙연구소에서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의 작년 합산 매출은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유지 뿐만 아니라 식품 사업 전반을 아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