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담합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종계(씨닭), 삼계의 출고량 제한 등 가격 담합을 조사·제재해 온 공정위는 마지막으로 치킨에 쓰이는 육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하림(136480)‧올품 등 육계를 가공해 판매하는 16개 업체에 약 2000억원 과징금을 처분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삼계 담합에 대해 내린 과징금(200억원)의 10배 규모다. 다만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가피한 시장 개입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각 사별로 많게는 400억원 넘는 과징금이 부과된 만큼 행정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다.

◇ 공정위, 16개 업체 1758억원 과징금 부과…5개사 고발

공정위는 16일 육계·신선육 등을 제조·판매하는 16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원을 부과했다.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육계 신선육의 가격·생산량·출고량, 육계 생계의 구매량을 담합한 혐의다.

하림에 가장 많은 406억원 과징금이 부과됐다. 올품에는 256억원이 부과됐다. 다음으로 마니커(027740)(251억원), 체리부로(066360)(182억원), 하림지주(176억원) 등의 순이었다.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088910),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그래픽=손민균

육계 신선육은 치킨과 닭볶음탕 등 각종 요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닭고기로 냉장 상태로 판매된다. 부화장에서 20일간 종란(달걀)을 관리해 병아리가 태어나면 이 병아리를 축산 농가에 맡긴 후 농가에서 받은 닭을 통닭, 절단육, 염장육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육계·신선육 판매 가격에 반영되는 모든 가격요소(생계 시세, 제비용,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냉동비축량(출고량) 조절을 합의했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표이사 회합까지 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5년 대형마트 판매 분에 책정하는 도계 비용을 50~100원씩 인상하고, 운반비를 1kg당 20원 인상하는 것으로 담합을 시작한다. 이후 프랜차이즈 대상 염장비 인상, 할인 제한, 대형마트 판매 가격 2% 인상 등 16차례에 걸쳐 가격 담합을 했다.

출고량 감축은 20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육계 신선육 공급량이 늘면 판매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냉동비축량을 담합한 것이다. 병아리 수도 담합 대상에 들어갔다. 병아리는 30일의 사육 기간이 지나 육계가 되는데 병아리 수를 줄여 중장기적으로 신선육 생산량을 감축했다.

◇ 5년 전 조사 시작…종계·삼계 등에 대한 과징금도 부과

공정위는 5년 전인 2017년 가금 가공업계의 가격 담합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2019년 11월엔 4개 종계 판매 사업자에 3억2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 사별로 보면 삼화원종에 1억6700만원, 한국원종에 9900만원, 하림에 1800만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삼계탕 등에 쓰이는 삼계에 대한 담합 제재를 내렸다. 하림·올품·동우팜투테이블·체리부로·마니커·사조원·참프레 등 7개 닭고기 제조·판매사가 초복·중복·말복 성수기에 가격을 최대한 상승시킨 혐의로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종계·삼계에 이은 육계 제재로 기업들과 공정위 간 법정 공방이 불거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내려진 종계 담합 제재에 대해 종계 사업자들은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과징금 규모가 종계·삼계보다 크게 증가한 만큼 업계 반발 역시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북 익산시 하림 육계 공장 내부 전경. /하림 제공

◇ 한국육계협회 "닭고기 가격 치킨 가격의 20%에 불과"

한국육계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조절 정책 이행을 담합으로 단정한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한국육계협회는 담합 제재를 받은 16개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사육농가를 회원으로 하는 닭고기 생산자 단체다.

닭고기 수급 조절이 축산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는 것이다. 축산법 제3조에 명시된 '농식품부 장관은 축산물의 수급조절·가격안정·유통개선·이용촉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또 육계 가격 담합 제재가 치킨 가격 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육계협회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이고, 배달 수수료나 배달 운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