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136480)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16일 법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이하 NS쇼핑)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와 약 45억원 규모의 설계용역비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림산업은 양재동 물류단지 건축 설계 우선 협상 대상자로 2020년 12월 희림을 선정했다. 이후 희림은 설계 기본 계획 수립 및 국제 디자인 공모 절차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양사 간 계약 체결 과정에서 하림산업은 희림에 저가 계약을 요구했고, 희림은 계약금이 너무 적다며 체결을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7월 하림산업이 협상 결렬을 최종 통보하자, 희림은 그동안 집행한 용역비 약 45억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림산업은 희림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용역비를 줄 정도는 아니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희림은 지난해말 설계용역비 일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현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계류 중이다.
희림 관계자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랜드마크 성격이 있어 본 계약 체결 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최종 협상 결렬로 노력이 수포가 돼 아쉽다”면서 “우리 측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하림측의 답변은 아직까지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림은 2027년까지 양재동 225번지 일대 9만5000여㎡ 부지에 연면적 111만5000㎡ 규모(주차장 별도)의 첨단물류단지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지난 2016년 자회사인 NS쇼핑과 손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해당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하고, 도시 첨단물류단지 개발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와의 갈등을 빚으며 계획이 지연된 상태다.
당시 하림은 국토교통부의 도시첨단 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된 만큼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해당 지역 용적률이 400%로 관리됐고 800%로 개발할 경우 특혜 및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3년 간 이어졌던 갈등은 감사원이 지난해 8월 “서울시의 정책 혼선이 초래한 결과”라며 하림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이후 하림그룹은 양재 물류단지 개발 착수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NS쇼핑 자회사 편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개발 이익 회수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림그룹은 NS쇼핑 주주들에게 하림지주(003380) 신주를 1대 1.413의 비율로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했다. NS쇼핑은 오는 22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NS쇼핑을 상장폐지한 후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주체인 하림산업 등을 직속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해당 이익은 구조 재편에 따라 최대 주주인 김홍국 회장과 올품 등에 배당을 통해 돌아가게 된다.
이 같은 배당 수익은 하림의 경영 승계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주식 교환으로 하림그룹의 경영권 승계도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림지주 지분 22.95%, NS쇼핑 지분 5.12%를 보유한 김홍국 하림 회장의 하림지주 지분율은 지배구조 재편 후 21.64%로 줄어들지만, 올품의 하림지주 지분율은 4.36%에서 5.56%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림 측은 “희림이 제기한 소송건에 대해선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 “하림산업(NS쇼핑 자회사)을 하림지주 자회사로 만들어 NS쇼핑의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