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은 엄격한 왕실의 규율과 일상에 지친 앤 공주(오드리햅번 역)의 1박 2일 탈출기다.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까지 영화는 로마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1953년 제작한 영화로 벌써 70년이나 지났지만, 영화 속 로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크게 변함이 없다.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로마인의 옛 전통을 지키려는 문화는 와인 산업에서도 빛을 발한다. 현재 이탈리아 와인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은 피에몬테와 토스카나이지만, 고대 로마 제국 시절에는 '로마'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이 가장 널리 소비됐다.
샴페인(상파뉴)이라는 이름이 프랑스의 지명 '상파뉴'에서 온 것처럼, 로마에서 만든 와인을 '로마'라고 불렀던 것이다. 당시 로마 인근의 항구였던 오스티아는 와인을 대량 생산해 수출까지 할 정도로 커다란 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전쟁과 불안정한 행정으로 로마 지역 와인은 사양길을 걸었다.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로마 지역 와인 사업이 다시 부흥기를 맞았다.
로마에서 조금 떨어진 몬테포르치오카토네에 위치한 '포지오 레 볼피'(Poggio Le Volpi)는 고대 로마의 전통적인 와인 문화를 추구하는 와이너리다. 1920년 만리오 메르제가 세운 이 와이너리는 아들 아르만도, 손자 펠리체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하는 와인 종류는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레드 와인으로는 '바카 로싸' '로마 로쏘' 2종, 화이트 와인으로는 '돈나 루체' '로마 비앙코' '피플' 등 3종이 있다. 국내 수입·유통은 베스트버이앤비버리지가 한다.
특히 포지오 레 볼피의 로마 시리즈는 고대 로마 제국의 대표 와인이었던 '로마'의 양조법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이름 중 로마는 지명, 로쏘(Rosso)는 빨강(Red)이라는 뜻이다. 추가적인 설명 없이 '로마의 레드 와인'으로 제품명을 지은 것이다.
로마 로쏘는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암 토양에서 재배한 몬테풀치아노(50%), 쉬라즈(30%), 체사니제(20%)를 블렌딩해 만든다.
짙은 붉은색의 와인에선 잘 익은 열대 과실 향과 체리향이 가장 먼저 올라온다. 와인의 바디감은 약간 있는 편이지만,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발랄한 산미감이 입을 기분 좋게 만든다.
와인 전문가와 소믈리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은 로마 로쏘는 지난 11일 수상작이 발표된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 레드와인 구대륙 부문 베스트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이트데이(3월 14일) 연인과 함께 마실 레드 와인을 찾는다면, 로마 로쏘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