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최고급 위스키를 NFT(Non -Fungible Token) 형태로 판매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전통주 NFT가 처음 발행된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 이란 의미로, 게임, 예술품,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돼 위조가 불가능하다.

이번 전통술 NFT 프로젝트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전통술 시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콘텐츠인 전통술 산업이, 블록체인 기술 도움을 받아,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주류 IP 플랫폼 스타트업 주크박스(대표 이동헌)는 오미자 증류주인 고운달을 생산하는 오미나라 양조장(대표 이종기)과 손잡고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NFT’를 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는 “국내 최고 품질의 전통주인 고운달을 NFT로 발행, 전통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시켜, 전통주뿐 아니라, 나아가 주류산업 시장 전체를 혁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운달은 국내 유일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인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만든 술로, 그가 만든 술은 청와대 정상회의 만찬주 등에 쓰여왔다. 국내 위스키 시장 1, 2위를 다투는 윈저, 골든블루 역시 이종기 대표가 만들었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가 NFT로 발행할 오미자증류주 고운달을 민화로 그린 판넬을 소개하고 있다. /주크박스 제공

해외에서는 이미 술 NFT가 몇차례 발행된 바 있다. 2021년, 세계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맥켈란은 1991년에 담근 30년산 맥켈란 위스키 원액 오크통 1개를 트레버 존스(Trevor Jones)의 그림과 함께 패키지로 묶은 NFT를 230만 달러, 약 28억원에 판매했다. 트레버 존스는 새로운 기술과 증강현실을 사용,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중점을 둔 현대 추상 및 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다.

또다른 세계적 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피딕도 최고급 위스키를 NFT로 발행했다. 46년산 글렌피딕 위스키 15병을 병당 1만8000달러, 약 2000만원에 판매했다. 또, 미국 NBA 스타인 중국인 야오밍은 2021년 4월, 자신 가족 소유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 200병에 대한 NFT를 발행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발행되는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NFT’은 서울 역사박물관에 소장 중인 십장생도를 모티브로, 고운달 병 이미지를 입힌 민화 형태로 발행된다.

전통술을 NFT에 처음 접목시킨 스타트업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이다. 카이스트에서 생명화학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 프랑스 소르본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벤처캐피털회사인 블루포인트 등에서도 일했다.

고운달 NFT는 이달 25일 프리세일(선판매), 26일 퍼블릭세일(공식 판매)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판매 사이트는 주크박스 홈페이지( http://www.joocbox.space)이며, 주크박스 공식 트위터, 디스코드, 카카오 오픈채팅 등 커뮤니티 채널에서 안내될 예정이다.

고운달 NFT는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로만 살 수 있다.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발행한 암호화폐 클레이튼(KLAY) 약 500개가 고운달 NFT 판매가격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개당 60만원 정도다. 발행 개수는 2000개다.

오미자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 증류주 ‘고운달’. 달 항아리 모양의 병에 술을 담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고운달 NFT를 사더라도, 고운달 실제 제품과 교환할 수는 없다. 외국과 달리, 국내 주세법은 NFT와 술의 교환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운달 NFT 구매자(회원)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고운달 NFT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파티 등 고운달 NFT 발행회사인 주크박스가 운영할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가할 수 있다. 주크박스측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주류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고운달 NFT 발행을 기념, 올해 연말쯤 나올 예정인 고운달 특별한정판(스페셜 에디션)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동헌 대표는 “고운달 스페셜 에디션은 기존 고운달과 전혀 다른 술로, 병 라벨 등 디자인 제작에 NFT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또 일부 회원 이름은 고운달을 담은 오크통과 새로 나올 제품 술병에도 새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술 제작을 담당하는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기존 고운달은 오크통과 백자에서 각각 숙성한 제품인데 반해, 스페셜 에디션은 항아리 장기 저장 고운달 원액과 오크통 1년 숙성 원액을 블렌딩한 전혀 새로운 고운달이 될 것”이라며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300병만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종기 대표가 오미나라 양조장에서 직접 블렌딩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유튜브 등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주크박스 이웅호 이사는 “고운달 NFT 홀더(구매자, 회원)가 되어 국내 최고의 양조 전문가가 직접 블렌딩하는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참여자들에게 큰 기쁨과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주크박스는 NFT 회원들이 함께 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주류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사진 왼쪽)가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와 함께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NFT' 발행 양해각서를 들고 있다. /주크박스 제공

새로 나올 술은 NFT 회원들이 아닌 백화점 등 일반 유통경로로 판매될 예정이며, 회원들에게는 우선구매권 혜택이 검토되고 있다. 스페셜에디션 고운달 가격은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현재 고운달은 500ml 한병에 36만원으로, 국내 증류주 중 최고가 제품이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는 “고운달 NFT 회원에게는 세상에 없던 특별한 전통주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영예,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재미,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주 산업에 기여하고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3대 혜택’으로 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회원들은 고운달 NFT를 자유롭게 팔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시세차익도 가능하다. 또한 주크박스는 발행한 NFT를 소유한 회원들에게 양조의 철학과 원리를 담은 별도의 NFT와 토큰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전통주 산업에 기여하는 NFT 회원들을 위한 수익 공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회원들은 소유한 NFT를 통해우리나라 술 문화 콘텐츠가 담긴 가상의 양조체험 게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주크박스는 이번 고운달 NFT 세일이 성공할 경우, 거둬들인 암호화폐 자금을 활용, 회원들간의 커뮤니티 서비스(정기적인 모임 개최, 온라인 시음회 개최, 참여자 이름 제품 각인 등)를 제공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협업 계약을 맺은 전통주 양조장을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은 물론 다큐영상, 기념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 SNS을 통해 알림으로써, 전통주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는 “NFT 판매수익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통주 산업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양조장에게, 스페셜에디션 제작과 개발, 마케팅 비용으로 선지급될 것”이라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도 양조장들이 국민 개개인의 지원(NFT 구매)을 받아 자금확보는 물론, 마케팅의 선순환으로 판로에도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잇는 기업 '주크박스'의 이동헌 대표(사진 왼쪽)와 이웅호 부대표(사진 오른쪽)가 강원도 홍천의 전통주조 '예술' 정회철 대표를 만나 협업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크박스 제공

주크박스는 이번 고운달 NFT 출시를 시작으로 강원도 홍천의 전통주조 ‘예술’(대표 정회철) 등 다수의 전통주 업체와 후속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통주조 예술의 정회철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 출신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리를 박차고 우리술 양조에 뛰어들어, 직접 만든 누룩으로 빚은 쌀증류주 ‘무작’ 등을 출시했다.

주크박스측은 제품 생산과 판매에 한정돼 있는 주류업계를, 앞으로는 술과 관련한 커뮤니티, 미디어, 굿즈(기념품) 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주크박스 이동헌 대표는 “가상세계에서만 한정되던 NFT와 블록체인을 현실세계의 제품(전통주)과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NFT 회원)로 연계한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특별한 의미”라고 말했다. NFT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어지고 서로 교류하게 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