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본죽 가맹점 전경.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는 죽 전문점 '본죽'의 나홀로 가격 인상을 놓고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쌀 가격은 오히려 내렸는데,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핑계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에선 사업 부진으로 본사 이익이 줄자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주요 프랜차이즈별 가격 조사에서 본죽이 죽 프랜차이즈 업체 중 유일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본죽은 지난 16일 '쇠고기버섯죽'의 가격을 기존 9000원에서 9357원으로 4%가량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본죽은 쇠고기버섯죽뿐만 아니라 주요 제품 15종의 가격을 최대 5.9% 인상했다.

경쟁사인 죽이야기와 맛깔참죽이 각각 '한우야채죽'(9000원), '소고기야채죽'(9200원)의 가격을 유지한 것과 비교된다.

본아이에프 측은 가격 인상의 이유로 식자재 원가 상승을 들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전국 가맹점에 공급하는 곡류와 장류, 농산물, 축산물, 해산물, 가공식품 등 모든 식자재 원가 상승해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한 입장이 됐다"면서 "최소한의 메뉴에 한해 최소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아이에프의 주장과 달리 죽의 주요 원재료인 쌀 가격은 오히려 내려간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월 쌀 도매가는 20㎏ 기준 5만2200원 수준으로 1년 전 5만7800원보다 9.6% 싸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부문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본죽의 가격 인상은 원재료 상승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본죽을 제외한 다른 죽 전문점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본아이에프는 본죽 가맹점 계약시 받는 가입비와 재료 납품 마진으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6년 96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래 실적이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46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여전히 201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89억원에 달했던 마케팅 비용을 줄였지만, 신사옥을 매입하면서 건물관리비와 금융이자 등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본아이에프는 2018년 서울 영등포에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을 약 540억원에 매입해 사옥으로 쓰고 있는데, 해당 건물의 관리비용으로만 매년 14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본아이에프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김철호 회장 부부다. 김 회장이 59.48%, 아내 최복이 본사랑 이사장이 27.85%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김지혜·조은·율민 등 세 자녀가 각각 0.72%씩, 총 89.49%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소유 중이다.

오너 일가는 상당 규모의 배당금과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약 15억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는 전년 당기순이익(14억원)보다 많은 수준으로 배당성향은 110%에 달했다. 2017년에도 13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회사측은 오너 일가의 연봉에 대해선 함구했다.

현재 죽 외식 사업은 CJ제일제당 등 식품 대기업이 죽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 전망이 어둡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본죽의 매장 평균 매출은 2018년 2억530만원에서 2019년 1억9871만원으로 3.2% 줄었다. 가맹점 수도 1172개(2018년)에서 1087개(2020년)로 감소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죽이야기 등은 본사 지원을 힘입어 신규 개점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본죽은 그렇지 않다"면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가맹점 매출을 올려 가맹점 이탈을 막는 동시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성도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본죽은 가맹 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점주로부터 2년 계약 기준 가입비 1518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교육비 660만원, 계약 보증금 300만원 기타비용 등으로 총 7006만원을 받는다.

죽이야기는 가입비가 1650만원으로 본죽에 비해 높지만, 교육비나 계약 보증금이 낮아 총 6525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테리어 비용도 본죽이 평당 209만원을 받는 반면, 죽이야기는 165만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창업자 모집을 위해 죽이야기는 창업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본죽이 이번 가격 인상과 함께 가맹점 재료 공급가를 함께 올렸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이 가맹점이 아닌 본사의 수익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판매관리비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제품 가격을 올린 것으로 사업 부진의 책임을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격"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본죽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매월 20만원 가량을 광고비 명목으로 내고 있는데 장사는 갈수록 안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으로 그나마 자주 오던 손님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