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가 됐지만 여전히 늦겨울 추위는 매섭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추위 속에도 집 앞 공원 목련 나무엔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소박해 보이는 꽃봉오리가 화려한 목련꽃이 되듯이, 잠잠한 와인 잔에 담겨 화려한 꽃향기를 풍기는 화이트와인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와인인 '파밀리아 마로네 랑게 샤도네이'다.
파밀리아 마로네 랑게 샤도네이는 이탈리아 바롤로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인 랑게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소규모 가족 와이너리 '파밀리아 마로네'에서 만든다.
와인 라벨 속 '파밀리아 마로네'는 제조 와이너리, 랑게는 지역, 샤도네이(프랑스어로 샤르도네)는 품종을 뜻한다.
바롤로 지역은 네비올로 등 레드와인 품종이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선 샤도네이 등 화이트와인 품종의 재배도 늘었다.
파밀리아 마로네 가문은 오너인 지안 피에로 마로네와 그의 와이프, 그리고 세 딸이 함께 포도밭을 직접 관리하고 와인을 생산한다.
이 와이너리는 '포도밭은 생명체'라는 철학을 갖고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비료도 화학 비료는 사용하지 않고 천연 비료를 사용하는 유기농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포도밭을 포도나무만을 위해 가꾸지 않고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 와인은 5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한 후 11개월간 뉴트럴 오크통에서 숙성을 한다. 프렌치 오크통은 나무조직의 밀도가 높아 오크 향이 와인에 서서히 배도록 한다.
이렇게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난다. 뉴트럴 오크통은 몇 차례의 빈티지의 와인을 생산한 후 오크통 특유의 향이 사라진 오크통을 말한다. 와인 자체의 특성은 변화시키지 않고 자연스러운 숙성이 이뤄지도록 한다.
파밀리아 마로네 랑게 샤도네이는 이러한 장기 숙성의 영향으로 코르크마개를 따는 순간, 위스키에서 느낄법한 오크 향이 코를 찌른다. 오크 향 뒤엔 사과 향과 꽃향기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와인잔에 따르고 좌우로 흔들면, 와인이 마치 꿀처럼 점성을 보인다. 한 모금 마시면 부드러운 아로마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와인을 마시고 숨을 내쉬는 순간, 구강에서 비강으로 꽃향기가 듬뿍 올라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이 아니라, 춘불래사춘(春不來似春, 봄이 아직 안 왔지만 봄 같음)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국순당 수입)되고 있는 빈티지는 2017년으로 지금 개봉해 마시기 딱 좋다. 파밀리아 마로네에서는 이 와인을 휴식용 와인(Meditation Wine)으로도 추천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는 가성비 점수 85.5점에 총점 89.1점을 받아, 3만~6만원대 구대륙 화이트와인 부문에서 베스트 와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