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판매가가 똑같아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결국 담합이었네요."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롯데와 빙그레, 해태제과 등 빙과 제조사들에 가격 담합 혐의로 징계를 부과한 것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메로나(빙그레)·부라보콘(해태)·월드콘(롯데제과)·돼지바(롯데푸드)의 배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이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그레(005180), 해태제과식품(101530) 등 빙과 제조사가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했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빙그레(388억3800만원), 해태제과식품(244억8800만원), 롯데제과(244억6500만원), 롯데푸드(237억4400만원), 롯데지주(235억1000만원, 2017년 롯데제과 분할) 등 총 1350억4500만원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특히 빙그레와 롯데푸드에 대해선 조사 협조 여부와 법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 고발까지 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빙과 업체들은 지난 2016년 2월 15일 영업 전반에 대한 기본합의를 했다. 이 합의는 추후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유통업체 납품가격·판매가격 인상 등의 합의로 이어졌다.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 후 빙과 업체간 소매점 거래처 침탈은 2016년 719건→2017년 87건→2018년 47건→2019년 29건으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이라고 규정했다.
2017년 8월경에는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점의 할인 행사나 덤 증정(2+1) 등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도 3~5개로 축소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시중 판매 채널이나 유통채널로 납품하는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제품 유형별로 함께 인상하는 가격 담합 혐의도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2018년 1월에는 투게더(빙그레)와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호두마루홈(해태제과), 티코(롯데제과)의 가격을 4500원으로 고정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구구콘, 부라보콘, 월드콘 등 콘류 제품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서 "4개사 팀장 모임에서 A사가 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B사와 C사도 내부 보고 후 콘류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빙과 업체들은 이번 공정위의 징계에 대해 "의결서를 수령한 후 검토해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담합 결정으로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과사업 부문 합병 등 빙과 사업 재편 작업이 제동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당시 간과했던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담합 조사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각각 전체 빙과 시장의 28.6%, 15.5%를 점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장점유율 44.1%의 아이스크림 업계 공룡 기업이 된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합병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