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홈술족이 늘면서 위스키 인기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위스키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해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눈에 띄면 무조건 사야되는 술’이라는 입소문에 위스키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도 ‘일단 사고 보자’는 식으로 오픈런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일부 판매 업체들이 품귀 현상을 빌미로 종전 가격 보다 비싼 값에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구매 열기 과열에 주류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렇게까지 해서 살 술은 아닌데’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온다.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명절을 앞두고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발베니 12년 선물세트’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코스트코 매장 앞엔 개장 전부터 오픈런 대기 줄이 섰다. 매장 측은 고객의 대량 구입을 방지하고자 1인당 2병으로 판매 개수를 제한했으나, 개장한 지 5분도 안 돼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지난 9일엔 이마트(139480)가 애플리케이션(앱) 스마트오더로 ‘발베니 14년산’을 판매했다. 10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마트 판매 주류 중에서는 고가로 분류되지만 준비한 물량 500병이 2시간 만에 완판됐다.
발베니는 영국의 주류기업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에서 생산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다. 세계적인 양조 장인(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만드는 위스키로, 원재료인 보리를 외부에서 구입하지 않고 직접 경작한 밭에서 수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리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돼 ‘한정판 위스키’로 통한다. 특히 보리 건조를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손으로 보리를 뒤집으며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통 수제 방식으로 빚은 술이라 타 위스키와 비교했을 때 숙성기간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한국법인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측도 발베니에 대해 “양조 장인이 직접 경작한 보리로 만든 술이다. 기계적 공정이 아닌 장인의 땀방울로 일궈낸 최고 품질의 위스키”라고 강조한다.
주류업계에서는 좋은 술이긴 하지만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한다.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무조건 사야 하는 술’이라는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해, 한정판 상품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의 소비 트렌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좋은 술이긴 하지만 오픈런까지 해가며 살 술인지는 모르겠다”면서 “그레이마켓에서 리셀을 노리는 구매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개인간 주류 거래는 금지돼 있다.
채널별로 상이한 가격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재 발베니 12년산은 8만원 후반대에서 14만원대까지 가격폭이 넓게 형성돼 있다. 품귀 현상을 계기로 제조사가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측은 “위스키 공급가를 인상한 적은 없다”면서 “최종 가격은 판매처에서 결정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