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농정독재 철폐, 낙농기반 사수 낙농인 결의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가가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강행에 항의 농성과 납유 거부 투쟁을 결의했다.

낙농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원들은 16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사옥 앞에서 '낙농기반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낙농제도 개편 작업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가 생산자 물가 폭등과 과도한 유통마진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낙농가를 잡고 있다"면서 "대안 없는 생산비 연동제 폐지와 쿼터 삭감을 위한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강제로 도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되자 낙농진흥회 정관 제31조 제1항(이사회 성회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며 "이는 낙농가 입에 재갈을 물려 정부안을 강행하려는 농정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파면 ▲원유가격 책정 제도 개편 및 낙농진흥회 정관 개정 철회 ▲사룟값 폭등 대책 수립 ▲자유무역협정(FTA) 피해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선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연사로 나서 이들을 지원사격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정부는 낙농 산업 발전 대책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낙농인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의 낙농인의 목소리를 배제시키는 정부의 구조 개편 움직임을 막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홍문표 의원은 "생존권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크면 이 추운 날씨에 낙농인들이 여의도 길바닥에 나왔겠느냐"면서 "정부는 불통농정을 멈추고 사료가격 폭등과 FTA 피해로 고통 받는 낙농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두 의원은 정권교체를 하면 낙농산업 발전 방안에 낙농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면서 소속당 후보의 지지를 당부했다.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낙농인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집회 참석자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윤희훈 기자

정부는 우유 소비 둔화에서 계속 오르는 우윳값을 잡기 위해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방안이다. 생산비 등락에만 좌우되는 현행 원유 가격 결정 체계에 시장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에서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낙농가 단체 측의 불참으로 이사회가 여러 차례 무산됐다. 이에 지난 8일 이사회 개의조건을 규정한 낙농진흥회의 정관을 무효로 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낙농가 단체들은 정부의 제도 개편에 대해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