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이 2021년 11월 3일 동영상을 통해 CJ 중기비전 2023을 발표하고 있다. /CJ 제공

CJ(001040)지주를 비롯해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CJ ENM 등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CJ그룹 계열사가 배당금을 대폭 늘렸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성과를 주주에게 돌려줌과 동시에 승계 재원이 필요한 오너 3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지주는 올해 보통주와 신형우선주에 2300원을 배당하며 전년보다 배당액을 300원(15%) 늘렸다. CJ제일제당(097950)은 전년 대비 배당액이 1000원(25%) 증가한 5000원을, CJ ENM은 전년 대비 500원(31.25%) 오른 2100원을 배당했다. 2020년 적자로 배당을 하지 못했던 CJ프레시웨이(051500)는 올해 주당 300원 배당을 결정했다.

CJ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따른 주주 환원 정책으로 배당 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한다. CJ그룹의 대표 사업회사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5조7444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15조원 매출을 돌파했고, 1조17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CJ ENM(035760)은 3조5524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69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늘었다. CJ프레시웨이는 5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0년 35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실적 개선에 따른 고배당 정책으로 CJ오너 일가가 받는 배당금도 늘었다.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25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던 이재현 회장은 올해 CJ지주 282억3382만원, CJ제일제당 3억5466만원, CJ ENM 8억3631만원, CJ프레시웨이 2100만원 등 총 294억4579만원의 배당을 받는다. 작년보다 15% 늘어난 규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왼쪽)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CJ 제공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상무)은 CJ지주에서 44억원, CJ ENM에서 2억원 등 46억원을 수령한다. 이 담당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은 CJ지주에서 32억원, CJ제일제당에서 1억원, CJ ENM에서 1억원 등 34억원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선호·경후 CJ 오너 3세 남매가 이번에 수령한 배당금으로 2020년 이 회장으로부터 CJ신형우선주를 증여받을 때 부과된 증여세(600억원)의 연부연납금액을 내고, 향후 CJ지주의 신형우선주나 보통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CJ그룹의 주주 환원 확대 정책을 두고 CJ ENM 물적 분할 계획 발표 이후 불거진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CJ ENM은 지난해 11월 콘텐츠 제작 부문의 물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CJ ENM 주주들은 회사와 금융당국을 상대로 시위를 하고 국민청원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CJ ENM은 지난 9일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바,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주 환원 정책과 주주 달래기는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고배당으로 달래기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이번 배당 확대는 실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CJ그룹은 매년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금을 늘려왔다"면서 "앞으로도 투자, 재무구조,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배당의 안정성을 우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