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시장 한 지붕 두 가족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빙과사업 부문 통합을 추진한다.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선 빙그레(005180)가 가격 인상 등 본격적인 유통구조 개선에 나섰고, 아이스크림이 할인 판매가 당연한 상품으로 인식되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롯데그룹은 양사가 가진 제품 경쟁력을 하나로 통합해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주회사인 롯데지주(004990)를 중심으로 지난달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과 사업 합병 시 시너지 효과 평가 및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를 시작했다.
양사의 빙과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통합할 경우 얻게 될 유통비 절감 효과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상반기 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빙과사업 부문 통합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롯데푸드의 빙과사업 부분을 떼 롯데제과로 합병하는 흡수합병이 유력하지만, 제3의 법인을 세워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지난 1월 넷째주를 시작으로 양사 지역 영업소에 대한 영업망 통합 관련 감사도 시작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간 아이스크림 제품 ‘교품’ 현황을 중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품은 각 사가 생산한 아이스크림 제품을 영업일선에서 교환해 납품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 그룹 내 두 개 회사가 동일 사업에서 각각 경쟁하고 있었던 만큼 통합 시 비용 절감 효과는 확실히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헤드쿼터(HQ)제를 도입한 롯데그룹이 롯데제과 대표에 이영구 식품군(식품HQ) 총괄대표를 앉힐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빙과 시장 위축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때 국민들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일등공신이었던 아이스크림은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 감소, 커피·디저트 등 대체재 등장으로 점차 외면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빙과 시장은 2015년 2조원 규모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0년 시장 규모는 1조5432억원으로 2015년 대비 24% 줄었다. 지난해는 1조3000억원대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경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수요가 줄면서 할인 경쟁이 불붙은 탓이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가격 결정권을 판매처가 쥐는 독특한 구조로 인해 동네 슈퍼 등 유통채널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롯데푸드 빙과사업 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7억 원)보다 2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제과는 나뚜루 등 고가 제품 판매에 힘 입어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스크류바 등 바 제품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빙그레의 유통 체계 개편 추진도 롯데의 합병을 부추기고 있다.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국내 빙과 시장의 40%를 장악한 빙그레는 최근 영업 일선에 아이스크림 업체 간 ‘교품’ 행위를 금지하고 관련 감시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 한 영업직원은 “빙그레 메로나를 팔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동네마트가 빙그레 냉동고를 임대하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하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빙과 시장 전체 판매 창구의 70%에 해당하는 동네마트가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품은 동네마트 입장에선 편리한 방법이지만, 빙과 업체에는 불리하다. 교품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고착되기 때문이다.
롯데는 빙과사업 부문 합병 시 제품 경쟁력에서 빙그레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제과는 스크류바, 죠스, 수박바, 월드콘 등 인기 제품을 갖췄다. 롯데푸드도 돼지바, 빵빠레 등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합병 시 이를 통합 유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을 승인할 지는 변수로 꼽힌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각각 전체 빙과 시장의 28.6%, 15.5%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들의 결합을 시장 지배적 사업의 등장 및 시장 경쟁 제한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기업 결합 신고가 접수 되면 경쟁 제한 여부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결합 후 사업자 지위, 가격 인상 압력 등 분석을 통해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는 기업 간 결합은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푸드와 빙과사업 부문 합병 논의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측 역시 “아직까진 합병 추진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