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테라 캔 맥주 제품을 400ml와 463ml를 추가해 5종으로 확대했다. /하이트진로

알루미늄 국제 시세가 14년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알루미늄 품귀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캔맥주 제품군을 확대하자 주류업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 7일 테라의 캔맥주를 기존 250ml, 355ml, 500ml에 400ml, 463ml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습니다. ‘355ml는 양이 조금 부족하다’ ‘500ml는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를 겨냥해 용량을 다양화했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입니다.

경쟁업체들은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응당 있는 일이지만, 시점이 애매하다고 평가합니다.

알루미늄 국제 시세가 폭등하고, 국내 알루미늄캔 1위 제조업체인 한일제관의 화재 사고 이후 음료 업체 간 캔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굳이 용량에 변화를 준 상품을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유통업계에서 SKU(Stock Keeping Unit)라고 부르는 ‘재고 단위 품목’을 확대하면 추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품목 추가에 따른 생산 라인 조정으로 생산 효율성은 떨어지게 되죠.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생산 및 재고 관리 부담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떨어진 하이트와 맥스용 알루미늄 캔을 테라로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잘 나가는 테라에만 주력하겠다는 하이트진로의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라의 인기가 식자 ‘가성비’ 전략으로 우회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번에 출시한 테라 400ml 제품은 기존 355ml 제품보다 ml당 가격이 14.5% 저렴합니다. 이를 캔 가격으로 환산하면 355ml 제품은 한 캔에 2000원, 400ml 제품은 한 캔에 1927원입니다. 더 큰 용량의 제품이 오히려 더 싼 건데요.

작년 여름 오비맥주가 카스 375ml 제품을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1119.2원으로 책정해 기존 355ml 제품(출고가 1239.2원)보다 싸게 판매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죠.

하이트진로가 제품 용량을 400ml와 463ml로 정한 것을 두고선 오비맥주를 저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오비맥주가 작년에 출시한 375ml와 473ml 제품보다 한모금 늘리고, 반모금 줄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는 것이죠.

같은 용량으로 출시하면 ‘미투 상품’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지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수요가 가장 많았던 용량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맥주 가격 인상을 앞두고 제품군을 다양화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021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4월 1일부터 맥주 종량세를 리터당 834.4원에서 855.2원으로 20.8원(2.49%)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맥주 종량세가 0.5% 인상됐을 때 주류업체들은 맥주 가격을 30~50원 인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인상 비율을 고려했을 때, 올해는 맥줏값이 150~250원 수준으로 대폭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에 맥주 회사들이 종량세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수요가 적은 제품에 몰아 넣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주류세 인상에 제품 가격 인상을 유흥업소와 단란주점에서 주로 취급하는 330ml 병맥주 제품에 반영하고, 가정용으로 많이 팔리는 캔 제품과 식당에서 주로 판매하는 500ml 병 제품의 가격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기존 355ml 제품과 500ml 제품의 가격은 올리더라도, 400ml나 463ml 제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고가가 다르더라도 판매 채널의 정책으로 ‘4캔 1만원’ 등이 시행되면서 제조사의 가격 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다”면서 “차별화된 용량의 제품을 묶음 판매로 팔아 가정용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