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자녀 이경후 CJ ENM(035760) 브랜드전략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경영리더가 지난달 지주사인 CJ 보통주를 동반 매입했다. 그동안 신형 우선주만 샀던 두 사람의 보통주 지분율이 확대된 건 2019년 말 이후 2년 만이다.
누나인 이 실장이 2020년, 이 경영리더가 작년 임원으로 승진하며 오너 3세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선 현재 한 자릿수인 지주사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을 이르면 올해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마련할 전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경후 실장은 지난달 CJ 지주사 신형 우선주 8584주, 보통주 2만3316주를 약 24억원에 매입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신형 우선주 1만5738주, 보통주 3만3962주를 37억원에 장내매수했다.
1985년생인 이 실장은 2011년 CJ 입사 전부터 지분 0.13%를 보유하고 있었고 1990년생인 이 경영리더는 2대 주주였던 CJ올리브네트웍스가 2019년 인적분할 돼 CJ그룹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주식 교환을 통해 지분 2.75%를 보유하게 됐다. 이때 이 실장 지분율도 1.19%로 상승했다.
두 사람의 올해 지분 매입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신형 우선주가 아닌 보통주이기 때문이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대신 주가가 보통주보다 30~40% 싸고 배당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어 기업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신형 우선주 184만주를 절반씩 증여 받은 뒤 꾸준히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높였다. 신형 우선주 지분율은 이 실장이 2019년 말 기준 21.92%(92만6290주)에서 최근 25.09%(106만374주)로 늘었고 이 경영리더는 21.78%(92만668주)에서 26.61%(112만4506주)로 확대됐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지분율이 CJ그룹에 한해 주목을 받는 것은 '발행 후 10년이 되는 날 보통주로 전환' 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발행일인 2019년 3월 27일로부터 10년 후인 2029년 3월 27일 이 실장과 이 경영리더가 보유한 신형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고 그만큼 지주사 지분율이 상승한다. 보통주 매입 때보다 적은 돈으로 승계를 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CJ그룹 보통주 주가가 계속 하락 하면서 우선주와의 주가 차이가 급격히 줄었다. CJ 신형 우선주는 2020년 6만원대에서 거래되다 최근 7만원대로 오른 반면, 보통주는 10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하락했다. 이경후·선호 남매의 지난달 보통주 거래가격은 7만6000~7만9000원 수준으로 최근 1년 내 최저가다.
올해 보통주 매입으로 두 사람의 지분율은 이 실장이 1.19%에서 1.27%로, 이 경영리더가 2.75%에서 2.87%로 늘었다. 2029년 신형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두 사람의 지주사 지분율은 이 실장이 4.3%, 이 경영리더가 5.87%로 확대된다.
김남은 한국ESG연구소 팀장은 "우선주 매입은 차선책에 불과하고 재정적 여력이 있다면 보통주를 사는 게 승계를 위한 정공법"이라며 "오너 3세가 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지주사 주가에 호재인 만큼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CJ그룹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CJ프레시웨이(051500), CJ푸드빌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이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CJ는 CJ올리브영 지분 51.2%를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상장의 성공 여부는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은 우선주에 대한 증여세 약 600억원을 내고, 향후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미 남매는 2020년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1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재는 이 경영리더가 11.09%, 이 실장이 4.26%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맨 출신인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큰 폭으로 증대 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 CJ올리브영은 프리IPO 당시 기업가치를 1조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H&B(헬스앤뷰티 스토어)를 넘어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