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롯데푸드가 도시락 등 즉석식품을 생산해 편의점에 납품하는 델리카트(delicatessen·바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된 음식) 사업 부문을 따로 떼 '롯데후레쉬델리카'라는 별도의 회사를 새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6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400억원대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자 사업부 분리를 통한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푸드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등 신사업 구상도 신규 회사에 편입시켰다.

그래픽=손민균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지난해 12월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즉석식품을 생산하는 델리카사업부문을 따로 떼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부터 4호까지 총 4개 자회사를 신규 설립했다. 롯데푸드가 100% 지분을 갖는 구조다.

델리카사업부문은 즉석식품을 생산해 그룹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했던 롯데후레쉬델리카가 전신이다. 빙과나 가공유지 부문에 매출이 쏠렸던 롯데푸드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전환을 목표로 2012년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흡수합병한 바 있다.

롯데푸드는 2009년 롯데쇼핑에서 식품사업본부를 넘겨받은 후 롯데후레쉬델리카뿐만 아니라 파스퇴르(2011년), 롯데햄(2013년) 등을 잇따라 흡수합병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재분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푸드의 영업이익은 2018년 67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444억원으로 매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도 470억원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추정치다. 매출 역시 2018년 1조8180억원 이후 지난해 1조768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두유, 팜유 등 원유 가격이 지난해에만 10~30% 상승하는 등 원가 부담이 커졌고, 주력 사업인 빙과 부문에서의 출혈 경쟁으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신제품 출시에 따른 간편식 매출 개선에도 비용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즉석식품을 생산하는 각 공장에 롯데후레쉬델리카를 제1호(용인), 제2호(평택), 제3호(양산), 제4호(광주) 등을 각각 설립해 운영 효율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그동안 델리카사업부문의 깁밥·도시락·샌드위치 등은 각 공장에서 혼용 생산돼 왔다"면서 "각 공장에 새로 설립된 자회사가 즉석식품 생산만을 전담해 생산 중복 등을 피하고 제조 역량 강화 및 비용 절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푸드 본사. /롯데푸드 제공

델리카사업부문의 성장 가능성도 롯데푸드의 이번 별도 회사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의 주요 납품처인 세븐일레븐이 외형 확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004990)는 지난 1월 20일 한국미니스톱 주식회사 지분 100%를 3133억67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니스톱의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게 되면,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납품처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2020년 롯데푸드로부터 도시락 등 즉석식품 매입에 1377억원을 썼다. 롯데푸드는 미니스톱 인수로 세븐일레븐의 매장이 늘어날 경우 매입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푸드는 즉석식품 제조·판매 외 신사업 구상도 롯데후레쉬델리카에 이관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주요 사업목적인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 외에 '건강기능식품 등 제조, 가공 판매업'을 정관 내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푸드는 김천공장에 930억원을 투자하는 등 가정간편식(HMR) 사업 부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미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갖춘 즉석식품 부문을 따로 떼 비용을 절감하고 신사업도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