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팬’으로 만드는,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브랜딩이나 마케팅에서 ‘내러티브’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열렬한 소비자의 사랑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매출 증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내러티브란 비전과 세계관 등 특정 관점이나 가치관을 담아낸 강력한 서사로,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 ‘방탄소년단(BTS)’ ‘에스파’ 등 최근 K팝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관’도 내러티브 전략 중 하나다. 이제 우리는 물건을 사고 음악을 들을 때도 내러티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이코노미조선’은 브랜딩에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기업을 조명하고 소비자들의 내러티브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줄 서서 먹는 도넛, 흡사 미국 만화 속 가게를 떠올리게 하는 알록달록한 매장, 아기자기한 케이크, 귀여운 곰 인형에 열광하는 손님들. 모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카페인 ‘카페 노티드(이하 노티드)’를 나타내는 말이다. 특히 노티드만의 ‘감성’에 푹 빠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는 친구를 만나면 이렇게 묻는다. “노티드 가봤어?”

이준범 GFFG 대표 미 미시간대-앤아버 졸업, 리틀넥(2015)·다운타우너(2016)·카페 노티드(2017)·호족반(2019)·클랩피자(2020)·웍셔너리(2021) 창업.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노티드를 맛만 있는 도넛 카페로 알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노티드는 두둑한 도넛 크림만큼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컬트 브랜드(cult brand)로 거듭났다. 맛있는 도넛과 케이크는 물론이고 스마일 마크, 이슬로 작가와 협업해 만든 몽글몽글한 동화 같은 캐릭터 그림으로 완성된 노티드의 내러티브는 노티드 팬들을 매료시켰다. 노티드는 ‘슈가베어(노티드 캐릭터 곰)’ 인형, 달력, 가방 장식, 잠옷 등 자체 또는 협업 굿즈를 내고 있는데, 낼 때마다 품절이다. 노티드 팬들은 노티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꼭 재입고해 달라’고 난리다. 노티드는 이런 팬층을 바탕으로 청담에서 안국, 성수, 한남, 연남, 삼성, 잠실, 그리고 제주도까지 뻗어 나갔다. 인스타그램에서 노티드 관련 게시물만 20만 개가 넘는다.

‘이코노미조선’은 1월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노티드 청담에서 노티드를 만든 이준범 GFFG 대표를 만나 노티드가 그리는 내러티브를 들었다. 이 대표는 16년간의 해외 유학 경험을 살려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한 ‘다운타우너’ ‘리틀넥’ ‘호족반’ ‘클랩피자’ 등도 같이 창업한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노티드가 손님들의 하루에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한 내용을 풀어나갔다. 또 카페를 넘어 노티드 캐릭터들로 이뤄진 세계관도 구상한다고 했다. 이른바 ‘노티드 월드’다. 다음은 일문일답.

카페 노티드 청담 1층에는 노티드 스마일(스마일리)이 그려진 모자와 컵, 가방, 슈가베어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노티드의 시작은 어땠나.

”2017년 7월에 케이크 파는 카페로 노티드를 열었다. 당시 도산공원 상권 대비 가성비 좋은 카페였는데, 회전율 문제로 폐업까지 고려했다. 그래도 케이크는 인정받고 있어 크림에 대한 자신감으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초, 고민 끝에 도넛을 출시했다. 기존에 골드와 딥그린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던 매장 분위기도 도넛 출시 후 도넛 패키지처럼 밝은 분위기로 바꿨다. 디자이너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파스텔톤 인테리어와 스마일 디자인 등을 가미한 지금의 노티드가 완성됐다.”

노티드의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캐릭터가 시그니처가 됐다.

”맞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주재료인 과일, 설탕 등이 흰색, 분홍색을 띠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런 파스텔 톤을 사용하게 됐다. 밝은 분위기의 카페이다 보니 부모와 함께 아이들도 많이 온다. 노티드는 전통이 따로 없는 브랜드니까 음식은 고품질로, 분위기는 최대한 밝게 가려고 했다. 노티드를 좀 더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몇 년 전 네 살 딸 아이를 데리고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다가 6시간 동안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다. 딸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노티드가 친구와 함께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그만큼 동화처럼 만들고 싶다. 그게 노티드의 내러티브다.

2019년 아내가 이슬로 작가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해서 노티드의 슈가베어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슬로 작가가 곰을 주로 그리는데, 곰이라는 캐릭터와 물감을 섞을 때 나오는 파스텔 톤이 잘 어울렸다. 모스키노, 구찌 등이 곰 하나로도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노티드만의 ‘감성 내러티브’에 열광하는 팬이 많다.

”맛있는 건 기본이고, 손님들이 노티드의 밝은 분위기를 사랑해준 것 같다. 분홍색, 상아색, 보라색 등 노티드의 여러 슈가베어 캐릭터도 팬덤을 만들었다. 노티드는 음식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팬덤을 만들고자 마케팅을 한다. 계속 팬덤을 견고히 유지하는 방법을 고심한다. 사실 굿즈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지만 노티드를 사랑하는 팬을 위해 만들고 있다. 굿즈로 음식과 노티드 브랜드 자체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교통카드, 이랜드 스파오 등과 협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통카드로 출퇴근할 때 사람들이 노티드를 떠올려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왕이면 카드나 옷에 스마일이나 귀여운 슈가베어가 그려져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또, 웨이팅하든, 포장하든 ‘노티드 먹어야지’ 하는 그 순간은 손님에게 ‘좋은 곳 왔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새벽에 유튜브를 보면서, 도넛을 먹으면서, 인형을 만지면서 노티드를 떠올렸으면 한다. 또, 매장에 오는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해서 매장 한곳에 노티드 캐릭터 색칠 종이를 비치해놓고 있다. 종이를 색칠하다 보면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노티드를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유행이 아닌 견고한 브랜드가 되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카페 노티드 청담 매장 전경. 유리 벽에는 이슬로 작가와 협업해 만든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가운데 분홍색 곰이 ‘슈가베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카페 노티드

노티드 자체가 콘텐츠인가. 향후 계획은.

”그렇다. 노티드 슈가베어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우리도 콘텐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노티드 캐릭터를 활용한 세계관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노티드가 가지고 있는 8개 캐릭터가 노티드의 베이커리 월드에서 베이킹하고 우정을 쌓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음식, 콘텐츠, 이슬로 작가와 협업 캐릭터와 이미지를 결합하면 충분히 디즈니 같은 세계관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음식과 연결된 세계관은 아직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세계관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손님에게 서비스 편의를 제공하다 보니 어쩌다 세계관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에 큰 부지를 얻어 실존하는 ‘노티드 월드’도 만들려고 한다. 브랜드 수명을 늘리고 팬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 콘텐츠 쪽으로 내러티브 요소를 섞으려 한다.

노티드 캐릭터를 이용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NFT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웨이팅을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주고 싶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가상현실 구매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또, 카페와 놀이문화 공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콘셉트의 대규모 공간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게 노티드 팬 충성도를 다지기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요즘 대표님이 집중하고 있는 내러티브가 또 있는가.

”요즘은 노티드 직원에게도 어떤 내러티브 요소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직원의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높여야 매출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600명이 넘다 보니 출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게 직원 숙소도 알아보고 있다. GFFG 직원 라운지도 멋지게 만들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고 싶다. 직원 옷차림도 더 ‘힙(hip·유행에 앞서가는)’하게 바꾸고 네임 택(명찰) 문화도 만들려고 한다. 일종의 인재 관리 측면에서의 세계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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