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수점 아이엠 매장 조감도.

지난 19일 낮 12시 이마트(139480) 성수점에 위치한 헬스케어 매장 ‘아이엠’에 가니 수십여 종의 영양제가 눈앞에 펼쳐졌다.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찾기 위해 키오스크에 나이·성별·키·몸무게 등을 입력하고 건강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

앉아서 일을 하는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지, 일주일에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을 초과해서 마시는지 등 30여 질문에 응답하니 인공지능(AI)이 건강 상태를 분석해줬다. “칼슘 흡수, 뼈 형성·유지에 필요한 비타민D가 필요합니다.”

검사 결과를 받고 필요한 영양제를 골랐다. 비타민D는 한 달에 5500원, 간에 좋은 밀크씨슬은 1만2400원이었다. 영양제는 총 169만개 방법으로 조합 가능하다. 복용 개월 수를 선택하면 한국콜마에서 제조해 배송해 준다.

매장 상담사는 “원하는 기간 동안 편하게 구독할 수 있다”고 했다. 비타민D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마트 1층 식품 코너에서 비타민D가 풍부한 연어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마트 성수점 아이엠 매장. /홍다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헬스케어가 유통업계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7년 4조1728억원에서 2021년 5조454억원으로 20% 성장했다.

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는 헬스케어 공간을 만들며 고객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고객은 먼 곳에 있는 병원에 가는 대신 집 근처 마트에서 쇼핑하며 간단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체지방이 많다는 진단을 받으면 마트에서 운동화나 체육복을 구매하거나 야채 코너에서 샐러드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마트에서 AI 건강 관리… 헬스케어 공간 늘리는 오프라인 점포

이마트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랩스와 손잡고 아이엠 매장을 2020년 12월부터 성수점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통합 매장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도 작년 1월부터 선보이며 별내점 등 2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1일부터 18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다양한 브랜드의 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보고 비교하는 매장을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흩어진 건강기능식품 매장을 합치고 기능별로 구성했으며 관련 고지물을 도입해 고객 편의를 강화했다.

롯데마트는 작년 7월 경기도 남양주시에 비바건강마켓 1호점을 열었다. ‘우리 동네 건강 마켓’을 주제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 혈압 체크, 인바디, 청력 검사, 피부 나이 검사 등을 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피해야 하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성분을 알려고 핵심 영양분을 추천받아 나만의 영양제를 구입할 수 있다. 비바건강마켓 한쪽에는 마사지기, 체중계, 혈압계 등 헬스케어 관련 제품도 있다.

롯데그룹은 헬스케어를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있다. 롯데지주(004990)는 작년 8월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신성장팀)을 만들고 삼성전자 삼성헬스서비스·플랫폼 총괄 파트장 출신의 우웅조 상무보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헬스케어 관련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 신사업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랜드그룹은 작년 11월 NC백화점 강서점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전문 매장 ‘MoHe’를 열었다. 헬스케어 업체 피에이치씨(PHC)와 고객 건강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VR(가상 현실)을 이용한 안과 검진과 혈압·피부 측정이 가능하다.

내방 고객이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율은 80% 이상이다. 전자기기를 많이 보는 20~30대의 경우 눈 건강과 피로 회복에 관한 제품을 특히 많이 구매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 이천점 헬스 앤 웰니스. /이마트

◇꼬박꼬박 복용 필요한데…헬스케어 관련 제품 온라인 구독도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꼬박꼬박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관련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독하면 편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지 않던 노년층도 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다.

현재 모노랩스 등 17개 업체가 개인에게 적합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받아 소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대상으로 승인받았다.

이랜드는 유전체 연구개발(R&D) 업체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바이오 헬스케어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작년 8월 체결했다.

이랜드가 고객의 집으로 헬스케어 진단 키트를 보내면 고객이 검진한 뒤 EDGC에서 분석하고 이랜드가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제품을 추천해주는 형태의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중 구체적인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쿠팡은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련 제품을 찾을 수 있는 헬스케어 전문관을 이달부터 열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바이탈 뷰티를 구독할 수 있는 ‘월간문앞’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 주기와 일자를 고객이 선택하면 원하는 날짜에 정기적으로 유산균 등을 받아볼 수 있다.

풀무원식품은 생애 주기별 영양 등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 식단을 선보이는 ‘디자인밀’을 이달 선보였다. 영유아 맞춤식, 청소년·성인용 영양 균형식, 고령 친화식, 칼로리 조절식, 질환 관리식 등 5가지 개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한다.

아마존이 처방약을 집으로 배달 받는 서비스 '아마존 파머시'를 선보였다. /아마존

◇美 월마트와 아마존도 헬스케어 산업 진출…“새로운 시장 열었다”

해외 유통 기업은 일찌감치 헬스케어 산업에 눈을 돌렸다. 월마트는 2019년부터 점포에서 간단한 진료, 엑스레이, 정신 상담, 치과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월마트 헬스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 점포 대부분에 약국이 있어 고객은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아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당뇨와 고혈압 처방약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파머시’를 2020년 11월 선보였다. 18세 이상 아마존 프라임(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하와이 등을 제외한 미국 45개 주에서 서비스한다. 프라임 회원에게 배송비를 받지 않으며 환자가 약국 CVS나 월그린스 등을 통해 처방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다른 물건보다 부피가 작고 반복 구매하는 의약품 특성상 이 사업은 아마존의 물류 사업 수익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아마존의 제약 산업 진출은 3000억달러(약 358조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2020년 8월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 ‘헤일로’도 선보였다. 헤일로는 체지방·심장 박동·운동량·수면 시간 등을 손목에 착용하는 밴드와 이를 지원하는 앱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아마존 자체 콘텐츠와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 메이요 클리닉 등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