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031440)는 지난달 서울 중구 SK텔레콤 구내식당에서 자사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의 슬라이스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를 출시한 후 급식으로 대체육 제품을 공급한 첫 사례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대체육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육식의 종말’을 출간한 지 20여년이 지난 2022년, 육식의 종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2040년, 대체육이 전체 육류 시장 60% 차지”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체육 시장의 규모는 53억48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 시장 규모(38억1700만달러) 대비 5년만에 40% 성장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2030년 740억달러 규모로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일반 육류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30년 72%로 줄고, 2040년에는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물성 단백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엔 ‘콩고기’라고 부르며 가치를 낮게 보고,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만 찾는 특수 식품으로만 취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와 나를 위한 ‘웰빙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체육 성장 잠재력에…식품기업,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제품 출시도 빨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달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선보였다. 브랜드 첫 제품으로는 식물성 만두 제품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년 제품 라인업을 더욱 늘리고 국내는 물론 미주와 유럽, 할랄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상품에서 경쟁력을 갖춘 풀무원은 지난달 글로벌 식음료 원료 개발기업인 IFF의 한국법인과 ‘식물성 대체육 제품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풀무원은 IFF와의 협업을 통해 콩으로 만든 식물성조직단백(TVP)의 콩비린내 제거와 식감 개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농심(004370)은 오는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다. 농심의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로 개발한 대체육으로 만든 버거부터 스테이크, 파스타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햄을 사용한 먹거리. /신세계푸드

◇대체육 성장에 긴장하는 축산업계… “대체육, 肉 표현 말라”

대체육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재앙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축산업은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가스의 근원지로 꼽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축농장의 동물들이 트림과 방귀 등으로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아일랜드와 덴마크 등에서는 사육하는 소 1마리마다 ‘방귀세’를 걷기도 한다.

육식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2021년 25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도 생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건강하게 사육하고 고통없이 도살하는 ‘동물복지’ 식품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축산업계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도 불편한데다, 대체육 성장으로 육류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축산업계는 최근 정부에 대체육이나 대체유 제품에 ‘육’(肉)과 ‘유’(乳)자를 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체육 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했다.

축산업계에서는 대체육 제품이 일반 축산물보다 환경과 건강에 더 좋다는 인식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국내 축산단체 모임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배양육, 식물성분고기 등 대체가공식품은 생산과정에서 과도한 항생제와 맛을 위한 식품첨가물이 투입돼 식품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시설건축, 토양이용, 원료생산, 살균 등 가축사육보다 훨씬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가 소모된다고도 주장했다.

해외서도 이 같은 푸드테크 기업과 축산업자 간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9년 미국 목장주연합은 고기나 쇠고기 등의 정의에서 대체 단백질 상품을 빼달라고 농무부에 청원했다.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 등에서는 대체 단백질 상품에 기존 육류 제품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불면서 대체육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며 “대체육 상품의 용어 정리와 기존 축산업과의 관계 정립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