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대표가 만드는 팔팔막걸리는 이름(팔팔)만큼 경쾌한 막걸리다. 묵직하지 않고 산뜻한 맛이다. 팔팔양조장 정덕영 대표는 “시중에는 유통되지도 않는 김포금쌀 특등미로 만들어,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도, 충분한 단맛을 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팔팔막걸리를 마셔보면, 바나나, 배 같은 과실의 단맛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질릴 정도의 단맛은 또 아니다. 그래서 ‘달되 달지 않은 맛’이다.

김포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팔팔양조장은 작년에 출범했다. 양조 면허는 2021년 1월에 받았고, 팔팔막걸리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21년 3월말이다. 현재 팔팔막걸리 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덕영 팔팔양조장 대표가 1988년생, 그해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품명을 ‘팔팔막걸리’라 이름지었다.

팔팔막걸리는 밥맛 좋기로 유명한 김포금쌀 100%를 사용, 알코올 도수 6도임에도 불구하고, 곡물에서 우러나는 ‘자연의 단맛’을 자랑한다. 김포금쌀 그중에서도 ‘특등미’로만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은 이곳뿐이지 않나 싶다.

팔팔양조장 정덕영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팔팔막걸리는 김포금쌀 중에서 특등미 추청미(아끼바리쌀)로 빚는다. /박순욱 기자

전문가들의 반응도 호평에 가깝다.

“배의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향과 곡물의 단향이 느껴진다. 참외를 곱게 갈아서 담아낸 것 같은 경쾌한 단맛이 느껴진다.”(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곡물향과 바닐라 향이 두드러지고 잔향은 길지 않다. 청량감은 거의 없고, 개봉 시 단맛이 아주 강한 편이었으나, 약간의 신맛은 쌉싸름한 맛과 약간의 떫은 맛에 금방 묻힌다.”(발효곳간 담 안담윤 원장)

팔팔막걸리의 자랑은 그러나, 재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팔팔막걸리 정덕영 대표는 “팔팔막걸리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비결은 한마디로 ‘팔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담금(발효)과정에서 쌀, 누룩, 물이 골고루 섞이도록 발효조(탱크) 내부를 자주 저어주어야 한다. 이를 ‘교반(휘저어 섞음)’이라고 하는데, 자동교반기를 갖추지 않는 팔팔양조장은 직원들이 직접 교반삽으로 발효 중인 술을 수시로 저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 대표의 설명이다. “팔팔막걸리는 물이 쌀보다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고두밥과 물을 섞어 담금을 시작하면 한시간만에 밥알이 물을 다 빨아들여, 떡보다 더 단단해진다. 이것을 삽으로 두드려 펴서, 골고루 섞어줘야 하는데,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나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이 온힘을 다해 교반을 수시로 해서 담금이 잘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담금은 한마디로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는 과정인데, 적절한 알코올 도수와 적당한 단맛을 내도록 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 교반(저어주기)이라고 할 수 있다. 교반에는 엄청난 팔힘이 소요된다. 다행이 직원들이 젊은 편이라, 그나마 버티고 있다.”

팔팔막걸리는 시트러스(열대과일)향이 나는 ‘경쾌한 단맛’을 추구하는 술이다. 달되, 달지 않은 술, 여러병 마셔도 질리지 않는 술을 만드는게 팔팔양조장의 목표다. 적당한 단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직원들이 온힘을 쏟아 교반을 한 덕분인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 88도로(올림픽대로)를 한참 달려 팔팔양조장에 도착했다. 먼저 발효실을 가봤다. 1454리터 크기의 탱크, 병으로 환산하면, 3200병의 술을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용량의 발효탱크가 2개 놓여져 있다. 월 2만5000병의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는 월, 4000~5000병을 생산하고 있다. 정덕영 대표는 “출시 초기라 수요가 아직은 많지 않지만, 나중에 판매가 잘될 때 갑자기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보다는 초반에 용량을 크게 갖추는 것이 술 품질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크기의 발효탱크를 2개 정도 더 들여놓을 공간이 있어, 월 10만병 생산도 가능하다고 한다. 팔팔막걸리는 7일 정도 발효, 또 7일 숙성을 거친 뒤 병입해 외부로 출고된다. 발효, 숙성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인데, 이는 팔팔양조장이 추구하는 ‘경쾌한 단맛’ 때문이라고 한다. 발효, 숙성을 길게 하면 술맛이 묵직해지거나, 군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팔팔양조장의 팔팔막걸리 제품. 페트병에 부착돼 있는 라벨은 쉽게 뗄 수 있어, 재활용 수거에 용이하도록 돼 있다. /팔팔양조장

-며칠 주기로 생산하나?

“현재 생산(발효공정 시작)은 주 1회, 출고는 주 2회 하고 있다. 가장 신선한 막걸리를 공급하고 싶어, 출고는 월, 목 2회 하고 있다. 병입 역시 주 1~2회 하고 있다. 아직은 생산용량에 비해 실제 생산량이 훨씬 못미친다.”

-주된 판매처는?

“서울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있는 백곰막걸리를 비롯해 전통주점은 100군데 좀 더 나간다. 120~150곳 된다. 출시한지 오래되지 않아,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인터넷 판매. 마켓컬리에서도 판매 중이다. 현재는 온라인 비중이 20% 정도 된다. 마켓컬리 판매 이후, 온라인 비중이 다소 늘어나고 있다.”

-발효는 얼마동안 하나?

“7일 정도다. 밑술 그 다음날 바로 덧술을 더한다. 이양주다.”

-감미료 넣지 않는 프리미엄 막걸리는 대개 발효기간이 7일보다는 긴데?

“발효기간을 오래 가져가게 되면, 좀더 안정적인 술이 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술맛, ‘좀더 산뜻하고 깨끗한 맛’을 내려면 7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보통 오래 발효하는 이유가, 후발효(병입발효)가 생길까 걱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가 만드는 술은 안정적이라 7일 정도로 짧게 발효해도, 후발효의 문제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숨쉬는 병뚜껑(부직포 내장)이 아닌 밀폐캡을 쓰고 있다. 생막걸리이기 때문에 효모가 아직 일부 살아있지만, 후발효가 왕성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살균처리하지 않은 생막걸리인데도, 후발효 우려가 없단 말인가?

“효모가 살아있기 때문에 후발효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정적인 제조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후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발효탱크에서 충분히 발효가 진행돼 병입발효(후발효)는 극히 미미하다. 탄산이 도드라질 정도의 후발효는 생기지 않는다. 마케팅 측면에서 ‘3~4주 차에는 스파클링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한다. 효모의 종류 차이, 담금의 차이 등등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비법이 있다. 우리만의 생산 노하우다.”

신생양조장인 팔팔양조장은 기계화가 많이 돼 있는 양조장이다. 반면에, 지역특산주 면허를 얻어, 소규모로 양조장을 시작하는 곳은 대개 기계보다는 수제 형태로 술을 빚는다. 제조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 상태에서 초반부터 덜컥 생산설비만 많이 갖추었다가는 나중에 생산여건 변화 등으로 낭패를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팔양조장은 처음부터 ‘수제’보다는 ‘장비’를 선택했다. 정덕영 대표, 이한순 이사는 이미 다른 양조장에서 양조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팔팔양조장 이한순 이사가 발효탱크 내부 온도를 자동으로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는 콘트롤러를 설명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팔팔양조장은 우선, 자동화설비를 통해 발효탱크 내부온도를 철저히 관리한다. 일정 온도 이상 발효탱크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센서가 작동, 냉각기가 가동, 발효탱크 온도를 떨어뜨리는 ‘발효탱크 컨트롤러’를 갖추었다. 발효탱크 내부가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다. 가령, 발효탱크 유지 온도를 25도로 맞추어놓으면, 발효탱크 내부 온도가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냉각기가 가동돼 온도를 25도 이하로 떨어뜨린다. 그래서 무더운 한여름철에도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제성(알코올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을 추가하는 공정) 과정에서도 막걸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제성탱크 표면이 2중 자켓(중간이 비어 있음) 구조로 돼 있어, 중간에 비어 있는 틈으로 냉각수가 돌아, 막걸리가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여름같은 경우 외부 기온 변화가 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온도 컨트롤러가 있으면, 그런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된 술을 만들 수 있다.

-막걸리 품질 유지에 좋은 온도는?

“발효 온도는 25~30도 사이가 좋다고 하고, 저온발효는 20도 혹은 18도 정도로 하는 걸로 안다. 제성 중에는 5도 정도(제성탱크 온도)로 최대한 낮게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팔팔막걸리의 원료로 김포금쌀을 선택한 이유는?

“품질의 우수성 때문에 김포금쌀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우수성은 제품의 균일도를 말한다. 양조를 하면서 많은 것을 컨트롤하는데, 원료는 사실 양조인의 몫이 아니다 보니(우리가 직접 쌀을 재배하지는 않으니까), 원료를 보고 좋다, 나쁘다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지만, 원료 자체를 좋게, 나쁘게 할 수는 없다.

김포금쌀 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신김포농협RPC(정미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신뢰가 갔다. 최고의 쌀이라는 그분들 자부심이 대단했다. 관리를 비롯해 최상등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제대로 관리하는 쌀이 김포금쌀 특등급 쌀이다. 우리로서는 최상의 원료를 선택했다. 국내 어느 양조장에서 쓰는 쌀보다도 품질이 우수한 쌀을 원료로 쓴다고 자부한다.”

-실제 술을 빚어보니 어떤 차이가 있었나?

“김포금쌀 중에서도 품종으로는, 추청미(아끼바리쌀)를 쓴다. 그 이유는 추청미에 대한 데이터(술제조 이력)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추청으로 술을 빚었을 때 술 품질 결과가 가장 좋았다. 원료는 항상 최상, 최등급을 쓰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최고의 원료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지역쌀로도 술을 빚어봤는데, 김포금쌀 추청미로 빚었을 경우, 가장 품질이 좋았다. 다른 쌀로 했을 경우, 막걸리 품질이 똑같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반면에 김포금쌀은 품질(맛과 향)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했다.

쌀은 재배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관리가 중요하다. 쌀을 어떻게 보관 관리하느냐가 품질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쌀에 약간 곰팡이가 낀 상태에서 우리에게 넘어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쌀을 워낙 대량으로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쌀을 씻어보면 쌀 관리가 잘됐는데, 잘못됐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김포금쌀은 단 한번도 관리(쌀 품질)에 문제가 없었다.”

-일반쌀보다 얼마 더 비싼가?

“일반쌀이 20 kg에 6만원선인테, 김포금쌀 상등급은 8만원 정도다. 우리가 쓰는 김포금쌀 특등급은 상등급보다 훨씬 비싼데, 시중에 유통되지도 않는다.”

-팔팔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도 막걸리다. 정확한 쌀 함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도 충분한 단맛을 낸다. 물 타지 않은 원주는 14~15도 정도다.”

-특정 지역의 쌀을 원료로 쓰는 의의는?

“처음에 양조장을 오픈하면서, 많이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지역쌀, 지역에서 나는 품종의 특성 같은 것을 찾아보고 싶었다. 지역성을 반영한 술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여겼다. 와인처럼 떼루아(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를 생산하는데 작황에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일컫는 말)가 있는 술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김포농협RPC는 전국에서 몇 안되는 품종별 도정을 해주는 정미소다. 단일품종 쌀만으로 도정을 해주는 곳은 흔치 않다. ‘추청으로 빚은 술은 이래야 한다’는 답을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찾아가는 도중이다. 특정지역, 특정품종의 쌀만으로 술을 오랫동안 빚다보면 원료가 갖고 있는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도별로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어, 빈티지 개념(해마다 다른 일조량, 강수량, 온도 등 연도별 작황 품질차이)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밀누룩 외에 개량누룩, 효모, 효소도 넣는 까닭은?

“한가지 누룩만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안정화다. 밀누룩 하나만 사용해서 대량생산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때문에 개량누룩, 효모, 효소 등을 첨가해서 술의 안정화를 꾀해야 소비자가 술 품질을 믿고 마실 수 있다. 개량누룩 등을 추가해야 안정성 있는 제품, 안전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룩은 단순한 발효제라기보다는 술의 풍미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개량누룩도 마찬가지다. 전통누룩이 줄 수 있는 풍미가 있고, 개량누룩이 줄 수 있는 풍미가 있다. 때문에 다양한 누룩을 적절히 배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함량만 보면 전통누룩을 가장 많이 쓰지만 효소력(발효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힘)은 개량누룩이 훨씬 뛰어나다.”

-교반은 언제 어느 정도 하는가?

“교반을 엄청 많이 한다. 우리 술맛을 내는 비결이 교반이라고 할 정도로 교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교반 삽으로 젓는다. 자동 교반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팔로 삽을 저어서 술이 고루 섞이도록 한다.

팔팔양조장 직원들이 물을 머금어 떡처럼 단단해진 술덧을 교반삽으로 고루 섞이도록 하고 있다. / 팔팔양조장

기본적으로 팔팔막걸리는 물을 쌀보다 적게 쓴다. 때문에 쌀, 누룩 비중이 높아 수시로 저어주지 않으면 발효가 고루 진행되기 어렵다. 처음에 담금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밥알이 물을 다 흡수해 떡처럼 부풀어 오른다. 온힘을 다해 삽으로 때려도 땅처럼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래서 강제로 사람의 힘으로 떡처럼 뭉친 술덧(발효과정을 시작한 밑술)을 풀어줘야 한다.

그래서 담금 과정에서는 4시간 정도 시간당 10~20분씩 교반을 한다. 한때는 밤새 시간당 20분씩 젓기도 했다. 술덧이 뭉쳐 있는 담금 초기에는 교반 시간이 많이 걸리고, 뒤로 갈수록 교반시간이 짧아진다. 결국, 팔힘과 정성이 술맛을 좌우하는 셈이다.

교반은 담금 초기 1~2일차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덧술을 막 넣은 때인 2일차 때 가장 섬세하게 모니터하면서 교반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때는 요즘도 거의 밤새 자주 교반하면서 지켜봐야 한다.”

-교반에 정성을 들이면 어떤 효과가 있나?

“우선은, 발효가 고루 진행될 수 있도록 교반을 한다. 우리 술이 워낙 쌀 함량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발효탱크 외부를 둘러싼 냉각기가 돈다고 해도, 부분적으로는 발효탱크 내부 온도가 과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시로 술덧을 잘 저어줘야 내부온도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된다.

교반을 하는 결정적 요인은 효모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효모가 가진 힘을 얼마나 빼주느냐가 관건이다. 교반을 많이 해줄수록 효소활성화가 많이 되고, 그만큼 당이 많이 생긴다. 이 당분을 효모가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내는데, 효모가 당분을 모두 알코올로 바꾸지 않고, 당(잔당)을 남기도록 한다. 그래야만 적당한 알코올과 함께 단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잔당을 얼마만큼 잘 남기느냐, 알코올 도수를 너무 많이 높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것을 교반을 통해서 컨트롤한다. 때문에 그만큼 교반이 중요하다.

발효가 끝났을 때 술덧의 알코올 도수는 14~15도 정도. 이건 우리가 원하는 알코올 도수이지만, 도수를 더 올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알코올이 높을수록 생산성은 올라가지만, 적당한 잔당을 남기기 위해 도수를 15도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교반을 통해 효모활동을 억제해서 알코올 도수가 일정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팔팔양조장이 추구하는 막걸리 향은?

“좀 더 밝고, 경쾌하고, 과실향을 지향한다. 정확히 7일 정도 발효해야 우리가 원하는 향이 난다. 그후 찌꺼기를 걸러내고 7일간 숙성한다. 숙성 역시 오래하지 않는 이유는 산화취(역한 냄새) 같은 게 올라오기 때문에, 생막걸리의 매력이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에 숙성도 멈춘다.

우리가 추구하는 막걸리는 바디감이 있다기보다는 음용성 측면에서 밝고, 경쾌한 맛을 추구한다. 술을 굳이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장기숙성을 할 필요가 없다.

맛도 마찬가지다. 달되, 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 술이 너무 달면 입이 피곤해진다. 어느 정도 적당한 단맛을 추구한다. 그래서 달되, 달지 않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

-무감미료 제품이면서도 알코올 도수는 낮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적정한 단맛을 내는 비결은?

“쌀을 많이 넣고, 충분한 교반을 하는 것이 단맛에 영향을 준다. 알코올 도수는 낮으면서 단맛은 일정수준에 도달하도록 원주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일정량 추가하더라도 원하는 단맛과 바디감을 유지할 수 있다.”

-5000원인 소비자가격 책정 기준은?

“우리가 하는 노력을 다 배제하더라도, 기본적인 원료값만 해도 엄청나다. 좋은 재료를 썼지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가격을 정했다. 주점에서는 병당 1만~1만2000원 정도 한다. 비슷한 품질의 막걸리들과 비교해서, 가격이 싼 편이라 생각한다. 쌀 자체도 품질이 우수하지만, 쌀 함유량도 월등히 많아, 이 가격은 합리적이다 생각한다.”

팔팔양조장의 제성탱크. 탱크벽이 이중 자켓으로 돼 있어 냉각수가 흘러, 막걸리가 상하지 않도록 한다. /박순욱 기자

-현대식 장비의 이점은?

“적잖은 시간 양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설비에 따라 술의 품질과 맛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들 수 있는 술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 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을 때, 양조인들의 노력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제품에 전달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생산 능력에 비해 실제 생산은 20~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느 순간 수요가 커졌을 때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미리 여유있게 갖추었다. 설비가 갑자기 늘어나면 술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설비를 함부로 늘렸다가는 품질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체 설비를 스테인리스 소재로 했기 때문에 위생, 세척이 용이하다. 술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안심하고 술을 만들 수 있다.”

-개발 중인 막걸리, 다른 종류의 술은?

“일반증류주, 기타주류(리큐르 등) 면허가 있다. 약주는 없다. 지역특산주 제조업체로서, 증류주와 리큐르 등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생각한다. 떼루아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더해지면 더욱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수를 다소 높인 막걸리 신제품을 조만간 내놓을 작정이다. 우리가 원하는 향미, 맛, 느낌 등이 담겨있는 도수로 결정될 것이다. 정해놓은 도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