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0월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하림타워에서 열린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미디어 데이에서 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하림 제공

하림(136480)의 '더 미식 장인라면'(이하 장인라면) 출시를 주도한 윤석춘 대표가 돌연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김홍국·박길연·윤석춘'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홍국·박길연'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대표는 CJ제일제당 영업총괄 부사장과 SPC삼립 대표를 지낸 인물로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영입한 인사다. 식품산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그는 하림의 삼계탕 가정간편식(HMR) 제품 출시와 즉석밥 '순밥' 개발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작년 10월 14일 장인라면 출시 행사에서 "라면을 요리로 격상시키고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미식의 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라면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하림 측은 윤 대표의 사임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윤 대표가 장인라면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를 운영하는 캐시카우에 따르면 장인라면의 구매경험도는 출시 첫 달인 작년 10월 1.4%에서 11월 5.2%로 올랐다가 12월(1~19일) 4.1%로 하락했다. 구매경험도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자 중 특정 제품 구매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장인라면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야심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구매율이 타사 제품 대비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패 원인으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걸었던 장인라면은 편의점 기준 한 봉지에 2200원, 컵라면은 28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농심이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1700원)보다 30% 가량 비싸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장인라면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돈 값을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시식평엔 '기존 라면과 다를 게 없다' '2200원이면 차라리 신라면 3개를 사겠다' 등 차별화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얼큰한 맛' 제품에 대해선 "오뚜기의 보급형 라면인 '오!라면'과 비슷하다", '담백한 맛' 제품에 대해선 "팔도의 '꼬꼬면'과 비슷한 맛"이라며 가격을 고려하면 재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마케팅 효과와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판매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다. 고가이다보니 선뜻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