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CI. /KT&G 제공

식품업계 고배당주로 꼽히는 KT&G(케이티엔지)의 주가가 배당락 영향으로 급락했다.

KT&G는 통상 주가가 오르는 배당주 매수기한일이었던 지난 28일 차익 실현을 노린 매도가 우세하며 주가가 소폭 하락, '고배당주'의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G는 최근 2조75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담배사업 사양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자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9일 낮 12시 기준 KT&G의 주가는 7만9800원으로 전날 종가(8만3900원) 대비 4.89% 하락했다. 배당이 확정된 투자자들이 연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도에 나선 탓이다.

KT&G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주당 4800원을 배당했다. KT&G의 배당금은 2018년 4000원, 2019년 4400원 등 3년 새 20% 증가했다. 현금 배당 성향은 지난해 말 기준 50.8%로, 미국 S&P500 지수 평균(41%)보다 8.2%포인트 높다.

지난달 KT&G는 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투자업계에서는 KT&G의 올해 배당금이 주당 5000원을 상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같은 주주환원책은 향후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통큰 배당으로 회사의 유보금이 줄어 미래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KT&G의 투자 매력도가 낮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봤을 때, 담배사업이 핵심인 KT&G는 투자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흡연률 감소와 해외 시장 진출 둔화 등으로 실적 상승 동력도 정체된 상태다. KT&G는 올 3분기 누적 4조1788억원 매출(연결 기준)에 1조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오른 반면, 영업이익은 6.2%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이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전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있다. IBK투자증권은 KT&G의 4분기 연결 매출이 1조3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070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시장 벽도 높아졌다. KT&G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내 시판 중인 궐련담배의 제조·선적·통관 및 현지 도매상에 대한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199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22년만이다.

영업 잠정 중단 관련 금액은 2058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총 매출의 3.9%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내 담배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아예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현재는 일시 중단 상태"라며 "사업 재개나 철수에 대해선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궐련 매출 비중은 5% 미만으로 실적 규모 자체는 크지 않으나, 고성장세가 돋보였던 해외 법인이었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영업 중단으로 향후 KT&G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도 "KT&G에 대해선 주주 환원 정책과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 호재 요소와 국내 흡연률 감소와 해외에서의 담배연기 억제 정책 추진 등 악재가 상존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성장 가속화, 전자담배사업 지속 성장 등을 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