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의 와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롯데 유통가의 와인 전략이 다각화되고 있다. 마트는 원하는 만큼 시음할 수 있는 ‘대규모 와인 테이스팅 탭’을 오픈하고, 백화점은 수천만원대 고급 와인을 판매하면서 와인 선호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23일 기존 잠실점을 리뉴얼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를 오픈하며 시음이 가능한 와인샵 ‘보틀벙커’를 선보인다. 마트업계에서 최초로 와인 시음만을 위한 공간을 과감히 확대했다. 보틀벙커는 약 1320㎡(400평) 규모로 제타플렉스 1층 공간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보틀벙커는 ‘테이스팅 탭’이라는 와인 시음 전용 공간을 만들어 80여 종의 와인 중 맛보고 싶은 와인을 고르면 원하는 만큼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 1만원부터 테이스팅 탭 전용 팔찌에 금액을 충전한 후, 와인 테이스팅 기계에 팔찌를 대면 본인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50㎖씩 시음할 수 있다.

50㎖당 최저 가격은 1000원대, 최고 가격은 2만3000원대다. 50㎖당 3000~5000원대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다수 배치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이 공간 구성을 위해 올해 초 와인 관련 자격증을 가진 ‘프로젝트 W(Wine)’팀을 만들기도 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와인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의 1월~11월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4% 증가했다. 와인 매출이 목표 대비 더 잘 나오면서 대규모 와인 시음 공간을 늘리고, 오프라인 와인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보틀벙커 5개점이 추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호텔 출신의 전문 소믈리에를 전면에 배치해 고객 맞춤형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 곳에서 모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테마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 금액은 3억3000만 달러(약 3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주류 수입 부문에서 맥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8월까지 와인 수입 금액은 3억7045만달러(약 4381억원)로 이미 지난해 와인 수입 금액 기록을 넘어섰다.

한정판 와인인 ‘킹스맨 센튜리 에디션 1919’.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늘어나는 와인 수요에 맞게 프리미엄 전략으로 와인 애호가 고객들을 찾는다. 롯데백화점의 1월~11월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룸셀러’를 만들어 유명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고급 와인과 빈티지 와인을 판매한다. 룸셀러의 와인 가격은 최소 1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고가 와인은 5000만원대다. 와인 출품 시기와 계절에 따라 와인의 종류와 가격은 매일 바뀐다. 지난 10월에는 룸셀러에 있던 5600만원짜리 로마네 꽁띠 와인이 판매되기도 했다.

한정판 와인도 선보인다. 영화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일에 맞춰 전 세계 500병 한정으로 출시되는 ‘킹스맨 센튜리 에디션 1919′ 20병을 들여와 국내에서 단독으로 판매한다. ‘킹스맨 센튜리 에디션 1919′는 포르투갈의 와이너리 ‘호세 마리아 디 폰세카’에서 생산한 100년 오크 숙성 빈티지 와인이다. 이와 함께 이달 31일까지 프랑스에서 유명 와인 산지 보르도(Bordeaux)의 1등급 빈티지 와인 한정판 특별전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내년 1월쯤 와인 입문자를 위한 와인 매너 원데이 클래스, 종류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 클래스, 와인 소믈리에에 도전하는 전문가반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프리미엄과 한정판 와인 등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