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생산량 감소로 원두 시세가 급등하면서 커피의 향과 맛은 유사하지만 씨앗이나 허브 등으로 만든 '대체 커피'에 대한 식품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국제커피기구(ICO)의 커피 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브라질산 커피 원두의 가격은 1파운드(lb, 0.45kg)에 2.29달러로, 1년 전(1.15$/lb)과 비교해 대비 2배가량 올랐다. 콜롬비아 마일드도 지난달 29일 가격이 2.90$/lb로, 1년 전 가격(1.71$/lb) 보다 69.6% 상승했다.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은 최근 원두 수요가 늘었지만, 커피 주산지인 남아메리카에 한파와 가뭄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야생 커피종의 60%가 멸종 위기라는 경고까지 나온 상태다. 아론 데이비스 영국 큐 왕립식물원 수석연구원 연구진은 2019년 과학논문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양생 커피종 75종 중 60%가 멸종 위기"라며 "지구온난화가 계속 심화하면 2028년엔 커피 생산량이 현재의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체 커피 스타트업 애토모 커피가 개발한 대체 커피 제품. /애토모 커피

◇ 친환경성 강조하는 대체 커피… 美 '애토모 커피' 내년 정식 출시

이처럼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체 커피 개발에 뛰어든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체 커피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업체로는 '애토모(Atomo) 커피'가 꼽힌다. 2019년 스타벅스의 고향인 미국 시애틀에서 창업한 애토모 커피는 지난 9월 온라인을 통해 2년여 동안 개발한 대체 커피 상품을 온라인으로 한정 판매했다. 애토모 커피는 2022년 제품을 정식 출시하고 소매점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애토모 커피는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해바라기씨 겉껍질, 수박씨 등을 주재료로 만든 커피다. 커피 원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커피 원료를 분자 단위로 분석한 뒤, 화학 공정으로 맛과 향을 냈다. 공동 창업자인 앤디 클라이치(Andy Kleitsch)와 재럿 스톱포스(Jarret Stopforth)는 연구진과 함께 1000여 가지가 넘는 화합물을 조사해 커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40여 가지 화합물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애토모 커피 측은 대체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환경 영향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다. 커피 농장에서 사용하는 대량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토양 오염을 막고, 커피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과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토모 커피는 대체 커피로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 때 배출되는 탄소양이 일반 커피 대비 93% 줄었다고 주장한다.

애토모 커피 외에도 치커리와 민들레, 라몬(ramon)씨 등으로 커피 맛을 낸 '티치노'와 보리와 치커리, 호밀 등으로 커피 맛을 구현한 '페로 커피' 등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브라질 커피 농장에서 농부들이 생두를 채취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최근 가뭄 현상으로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 국내서도 대체 커피에 호기심… 성공 가능성에는 '의견분분'

국내 커피 업계도 대체 커피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체 커피가 대중화하기까지는 멀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슬레나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대기업은 병충해나 기온 변화에 강한 커피 품종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커피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대체 커피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커피 대중화는 고객 선택과 경험의 폭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면서도 "친환경 커피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실험실에서 만든 커피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커피업계에서는 대체 커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다'라는 낮은 평가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커피가 품귀현상을 빚을 때마다 치커리 등을 사용한 대체 커피가 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1781년 프로이센의 군주 프리드리히 대왕이 정부 시설을 제외한 곳에서의 커피 로스팅을 금지하자, 서민들 사이에선 치커리나 무화과, 보리, 밀, 옥수수 등으로 커피 맛을 낸 음료를 즐겼다. 1806년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영국에 맞서 대륙 봉쇄령을 내리면서 커피 수입이 막히자 대중들 사이에선 치커리 커피가 유행하기도 했다. 1870~80년대에는 미국에서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짜 커피콩을 만들거나, 치커리 커피를 일반 커피로 속여 파는 등 시장 혼탁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짜 커피로 인한 유독성 논란이 미국 사회를 강타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대중들이 대체 커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지는 미지수"라면서 "안전한 제품으로 개발된다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겠지만, 저질 상품으로 인식된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