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가 26일(현지시각) 시작한다. 블프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 첫번째 금요일로, 추수감사절 연휴에 팔리지 않은 선물을 염가에 판매하던 게 대규모 할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대규모 할인 기간을 맞아 25일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통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파격 할인’ 제시하며 소비자 홀리는 유통가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블프를 맞아 큰 폭의 할인율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에 나선다.

유통공룡인 신세계(004170)와 롯데는 온라인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규모 물량전에 나선 모습이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은 28일까지 ‘블랙 쓱 프라이데이(BLACK SSG FRIDAY)’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명품, 패션, 뷰티, 리빙, 가전 등 10만여 개 상품을 준비했다. 롯데온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지난 15일부터 ‘더 블랙 위크’를 진행 중이다. 명품 의류부터 가전, 잡화 등 50억원 규모의 상품을 특가에 판매한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족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에선 현지 가격 수준의 특가를 내걸었다. 아마존과 협업 관계인 11번가는 오는 30일까지 아마존과 함께 ‘11번가 블랙프라이데이 오리지널’ 세일을 진행한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오픈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 순위가 높았던 제품과 그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서 인기가 높았던 제품군을 엄선해 5만여 개 이상의 아마존 인기상품을 최대 50% 할인한다”면서 “11번가 해외직구 카테고리 내 인기 상품들까지 더해져 국내 최대 규모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의 해외직구 쇼핑몰 ‘G구’는 29일 오전 9시까지 블프 위크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명품·패션잡화, 분유 및 유아식, 타이어 등을 할인가격에 판매한다. G9 해외직구팀 관계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가의 명품이나 디지털,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직구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블프 기간에는 물류 대란으로 대형 가전이나 침대·매트리스 등 대형 상품에 대한 구매가 이전보다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만 물류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반면 항공 운송을 통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의류나 잡화, 소형 전자제품의 수요가 늘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유통사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조선비즈DB

◇ 소비심리는 살아나는데 물류난으로 재고가 부족

미국 현지에선 연휴 세일 기간 실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연말 쇼핑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과 물류 대란과 고용난으로 주요 매장의 재고 확보가 충분치 않아 기대 이하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유통가는 코로나19 여파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을 조용하게 보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 쇼핑객 규모는 1억5660만명으로 전년 대비 1000만명 줄었다. 대형 유통체인인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은 방문객 수가 2019년 대비 각각 22%, 27% 감소했다. 전자제품 전문점 ‘베스트 바이(Best Buy)’는 2019년 대비 방문자 수가 무려 43%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진전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 연말 쇼핑 시즌은 항만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로 평소보다 일찍 시작된 모습이다. 물류대란으로 필요한 상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매장을 둘러보거나 선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LA무역관 관계자는 “그동안 억눌려있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보복 소비가 두드러진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의 늘어난 쇼핑 수요가 이번 연휴 쇼핑 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 심리가 회복하고 있지만 공급망 차질과 고용난으로 소비자가 구입할 상품이 제 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쇼핑에 나선 고객들의 주된 불만은 자신들이 찾는 상품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 기자가 최근 방문한 미국 LA의 백화점에서도 물류 대란으로 판매할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유통업체들이 연말 쇼핑 시즌을 일찍 시작한 것도 재고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고객 방문 분산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고가 부족한 만큼 올해 블프는 이전 대비 할인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품의 수요는 많고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높은 할인율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