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버거 'NBB 시그니처 세트'. /신세계푸드

외식 업계에 버거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햄버거는 빠르고 간편하게 때우는 값싼 정크푸드(칼로리가 높고 영양가 없는 식품)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건강과 맛을 강조한 버거가 등장하면서 든든하게 채우는 한 끼 식사로 인정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2018년 2조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과 포장을 선호하는 '혼밥족'이 늘면서 4조원 규모로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은현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버거 전문 브랜드들이 주도했던 시장도 재편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에는 이들보다 후발주자인 토종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1333개)가 42년간 1위를 지키던 롯데리아(1330개)를 누르고 점포 수 1위로 올라섰다.

신세계푸드(031440)가 2019년 8월 출범한 노브랜드 버거는 1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 100호점을 돌파했다. 올 연말까지 점포 수는 18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식재료에 마진을 붙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매출액에서 8%를 받는 로열티 방식을 적용했다. 들어온 가맹문의만 현재 200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길거리 토스트로 유명한 이삭토스트와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이 각각 이삭버거와 메이크버거&샌드위치로 버거 가맹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두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하는 수제버거 방식을 적용했다. 편의점 미니스톱도 지난해 12월 '수퍼바이츠'를 출범해 현재 3호점까지 매장을 냈다.

지난 10월 쉐이크쉑이 한국 한정판으로 선보인 '고추장 치킨 쉑'. /쉐이크쉑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버거 사업에 관심을 두고 신규 버거 브랜드 출시를 위해 메뉴 개발 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편의점 이마트24와 협업으로 '뿌링클 치킨 버거'를 편의점에 출시해 소비자 반응을 시험한 바 있다. bhc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신규 버거 브랜드 출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품 연구개발(R&D)을 위한 인력 충원"이라면서 "최근 인수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비롯해 종합 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외식 신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이 2016년 국내에 들여온 미국 햄버거 쉐이크쉑은 다음 달 20호점의 출점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가 작년에 선보인 미국 버거 에그슬럿도 4개점을 열었다. 영국 출신의 미슐랭 셰프 고든 램지가 운영 중인 고든램지버거도 다음 달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개장한다. 고든램지버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영국 런던 해롯백화점 등 단 두 곳에 매장을 두고 있는데, 버거 하나의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다.

오는 12월 서울 롯데월드몰에 개장하는 고든램지버거. /김은영 기자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크라제, 프레시니스 버거 등 1만원 안팎의 수제버거가 등장했다가 가성비 트렌드 등에 밀려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며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 본연의 정체성에 건강, 맛, 분위기를 고려한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면서 버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가 치킨이나 피자와 비교해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다운타우너, 폴트버거, 버거보이 등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독특한 브랜딩과 메뉴, 매장 인테리어로 줄 서서 먹는 핫플레이스(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패션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폴트버거는 휠라와 테니스를 주제로 티셔츠와 양말 등을 출시해 4일 만에 완판 했고, 버거보이는 네파와 한정판 메뉴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