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로 만든 액상형 달걀, 3D프린팅으로 만든 고기. 요즘 주목받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의 예다. 푸드테크의 부상 뒤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글로벌 식품 공급망을 흔들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등장으로 식품사슬의 환경 영향 문제가 부각되고, 개인의 건강이 중시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 있다. 푸드테크 산업은 국내외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에 이르는 전 식품사슬에 첨단기술을 동원해 식량안보 강화와 건강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국내외 푸드테크 산업 및 시장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차지은 인비저닝 파트너스 상무 포스텍 산업공학과 석사, 위스콘신-메디슨 대학 경영학 석사, 전 액센추어 컨설턴트, 전 라인 글로벌사업전략팀장, 전 네이버 투자개발실 부장, 전 라인벤처스 동남아시아 투자리드, 전 옐로우독 파트너. 사진제공 김흥구 객원기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동남아 숲이 사라지고 있고, 현대 사회의 공장식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주범이다. 유통 과정에서 낭비되는 식품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코노미조선’이 11월 2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벤처캐피털(VC) 인비저닝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심사역인 차지은 상무는 전통적인 푸드(식품)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똑똑한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고, 우리는 이런 기업을 발굴해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사업을 하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 기술을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 기업에 대한 VC의 투자가 늘고 있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국내외 푸드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 전문 VC다. 운용자산은 1500억원 이상으로 푸드테크 기업을 포함해 29곳에 투자한 상태다. 지난 9월에는 한화솔루션, GS 등 기업이 출자자로 참여한 667억원 규모의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를 만들었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임팩트 VC인 옐로우독을 이끌던 제현주 대표와 주요 투자 인력이 모여 지난 8월 출범했다.

컨설턴트, 네이버 투자개발실 출신으로 인비저닝 파트너스에서 푸드테크 기업 투자를 주도해온 차 상무는 라인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라인벤처스에서 동남아시아 투자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푸드테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공장식 축산업 구조에서 인류가 육류를 과다 섭취하면서 지구가 감당하기 힘든 양의 메탄가스가 나오고 있고, 배설물을 정화하기 위해 지나친 양의 물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가 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향해 가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식품 가치사슬을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혁신시키는 푸드테크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투자가 몰리는 푸드테크 기업의 특징은.

“과거 식품업계에선 잘 쓰지 않았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식품은 생산·제조 단계에서 수백가지 조합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문제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무한대의 조합 옵션을 모두 실험실에서 테스트해야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면 빠르고 쉽게 최종 식품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예컨대 최근 인비저닝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국내 푸드테크 기업 더플랜잇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성 원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구축했다. 덕분에 빅데이터를 돌려 다양한 식물성 원료를 조합한 식품의 맛이나 질감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식품 회사들은 과거 실험실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왔다. 더플랜잇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상품 개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대체 우유 성분을 맥주에서도 찾고, 닭가슴살 맛을 마카다미아와 땅콩에서 추출한다. 데이터 기반의 접근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다른 국내 기업 록야는 농산물 관련 빅데이터 자회사인 팜에어를 만들어 감자 등 주요 농산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가격, 지역별 날씨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기후에 따라 감자 생산량이 널뛰면서 가격을 예측할 수 없어 고생했던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록야로부터 감자 등 농산물 가격 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살 수 있다. 특히 록야의 데이터는 영세 농가와 구매 기업 사이 계약재배를 가능하게 하면서 식품 낭비도 줄게 했다. 어느 기업이 얼마큼 감자를 구매할지 몰라 ‘일단 농사짓고 본다’라는 마음으로 농사를 했던 영세 농가들이 수혜를 입게 된 것이다.”

푸드테크 기업 투자심사 때, 다른 분야와 다른 점은.

“소재 회사에 투자할 경우, 잘 명문화된 특허가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본다. 예컨대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가 있는 새로운 소재로 바꾸는 화학적 리사이클링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의 경우, 기술 자체가 새롭고 잘 보호되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푸드테크 기업은 어떤 식재료 원료를 선택했는지, 선택된 원료를 어떤 비율로 배합했는지, 고유 기술에 대해 특허를 냈는지 아닌지 여부가 투자 심사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특허화가 되면 이를 모두가 알게 되고, 혹여 이를 따라 하게 되는 경우, 맛이나 영양 성분이 조금 바뀌는 정도는 특허 위배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확한 지식재산권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를 얼마나 빠르게 판매 가능한 식품 형태로 생산하고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 사람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서 오는 다양한 피드백을 잘 종합하고, 끊임없이 이를 반영해 연구개발(R&D)할 수 있는 실행력을 보는 것이다.”

해외 푸드테크 기업 투자도 눈에 띈다.

“푸드테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해외 푸드테크 기업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 식품청 차원에서 자국 내 생산을 통한 식품 공급을 현 10%에서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며 자급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허가한 배경이다. 이런 시류에 맞춰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새우를 직접 양식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새우 및 갑각류의 조직을 추출, 배양해 배양육을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 시옥미트(Shiok Meats)에 투자했다. 새우 양식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므로 이 사업의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새우 양식장은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돼있다. 태국의 경우 전체 맹그로브 숲의 절반 이상이 지난 40년간 벌목됐고, 이 중 30% 이상이 새우 양식장으로 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푸드테크 기업의 성공요건은.

“해외에서 아무리 성공한 푸드테크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이더라도, 국내에선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모델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흔히들 스마트팜이라 하는 수직 농업(여러 층으로 이뤄진 시설에서 광원, 수분, 영양분을 조절해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기업은 해외에선 조원 단위의 투자를 받지만, 국내 환경에서는 무턱대고 사업을 하기 어렵다. 수직 농업은 초기 시설 비용이 크고 운영비용도 많이 들어서, 대형 농가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영세 농가가 단지 미래를 생각하고 도입하기가 힘들다. 앞서 언급한 록야는 한국의 농가 환경을 고려해 공유형 스마트팜 부지를 큰 규모로 만들고 여러 동의 수직 농장을 지어 영세 농가도 최소한의 비용만 내고 입주하도록 했다. 영세 농가도 입주하면 다양한 혁신기술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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