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5주년을 맞은 대상(001680)그룹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고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부회장이 올해 초 승진한 뒤 고기 업체를 인수하고 고기 배송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는 등 성장 동력을 고기에서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대상홀딩스(084690)는 지난달 말 육류 가공·판매 업체 혜성프로비젼과 크리스탈팜스 지분 70%를 각각 490억원, 385억원에 인수했다. 이들 업체는 코스트코, 이마트(139480),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마켓컬리, 쿠팡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글로벌 육류 소싱(구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며 수입육 유통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그룹 임창욱(왼쪽부터) 회장, 임세령 부회장, 임상민 전무. /대상 제공

자회사 대상네트웍스는 이달 8일 반경 3㎞ 정육점 고기를 1시간 안에 배송해주는 '고기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기 상태를 사진으로 확인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원하는 날짜에 배송받을 수 있다. 고기에 칼집을 내거나 비계가 적은 부위로 달라는 등 용도에 맞춰 손질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원하는 대로 중량이나 두께 조절이 어렵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송파·성동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네트웍스는 대상홀딩스가 2019년에 인수한 축산 업체 디에스앤이 사명을 바꾼 것이다. 대상네트웍스 관계자는 "일반 정육점은 물론 특수 부위나 웻에이징(wet aging·습식 숙성) 등 특색 있는 정육점도 서비스된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신선하고 품질 좋은 고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은 미래 식품인 배양육(培養肉)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배양육은 대체육(代替肉)의 일종으로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해 원료인 주세포를 만들고 이를 대량 배양해 만든 고기다. 별도의 도축 과정이 없어 동물 복지, 환경 오염, 건강을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에이티커니는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10%(약 140조원)를 배양육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상네트웍스가 정육 O2O 서비스 '고기나우'를 시범 운영한다. /대상네트웍스 제공

대상은 지난 6월과 8월 배양육 업체 엑셀세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와 배양육 배지(미생물 배양을 위한 영양물) 사업 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엑셀세라퓨틱스가 갖고 있는 배양육 배지 기술과 스페이스에프의 세포 배양 기술, 대상의 글로벌 영업망과 바이오 사업 역량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대상은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안전성을 실현해 2023년 말부터 배양육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임정배 대상 사장은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의 전신은 창업주 고(故) 임대홍 회장이 1956년 세운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다. 조미료 미원에서 시작해 1987년 장남 임창욱 회장 취임 후 청정원(종합 식품), 김치로 유명한 종가집(한식)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올해 3월 임세령 전무가 대상홀딩스·대상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고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홀딩스 관계자는 "육류 가공·유통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임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대상홀딩스 지분 20.41%를 갖고 있으며 동생 임상민 전무는 대상홀딩스 지분 36.71%를 보유하고 있다. 1977년생인 임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 뉴욕대 심리학을 전공하고 2012년 대상 크리에이티브디렉터와 전무를 거치며 그룹 내 마케팅을 담당했다. 1980년생인 임 전무는 이화여대 사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2009년 대상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 등에서 근무하는 등 전략통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