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에 매입하고, 통행세 형태로 마진을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하림(136480)그룹 계열사들의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를 축약하면 이렇다. 공정위는 이날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의 개인회사인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그래픽=이은현

◇ "하림, 2010년부터 경영권 승계 검토… 법인 경유가 유리"

"子(아들, 준영씨 해당)에 증여하는 방식은 (향후 子가 증여받을) 법인을 경유하는 것이 유리"

공정위가 확보한 2010년 8월 작성된 보고서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 및 지분이동'에는 하림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 회장이 준영씨에게 법인을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보고자는 "한국썸벧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子에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다"고 썼다. 1992년생인 준영씨는 당시 19세였다.

이후 하림은 해당 보고서의 내용대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듬해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와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을 지주회사 체제 밖에 두고, 이들 회사가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도록 했다.

현재 하림그룹의 지주사는 하림지주로 돼 있지만, 준영씨의 개인회사인 올품과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가 지주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로 돼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썸벧판매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되면서 하림그룹은 한국썸벧판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김홍국(왼쪽) 하림 회장과 장남인 준영씨. 배경은 하림 익산 신사옥. /조선비즈DB

◇ 양돈용 복제약 비싼 값에 구매한 하림 계열사

준영씨에게 증여된 한국썸벧은 당초 양계용 동물 약품만 제조했으나, 2012년부터 양돈용 동물 약품 시장에 진출하고 양돈용 복제약을 생산했다. 양돈용 동물 약품 시장은 동물약품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양돈용 동물 약품 사업을 처음 시작한 한국썸벧은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사 제품의 매출을 늘리기 어려웠다. 복제약을 만들기 때문에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기도 어려웠다.

그러자 하림그룹은 동물약품 구매를 올품을 통해서만 구입하는 통합구매방식을 도입했다. 하림의 계열농장들은 타사 제품을 한국썸벧의 제품으로 교체했고, 또 올품이 책정한 높은 가격에 구매함으로써 판매 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농장들이 타사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 구입한 데에는 동일인(김홍국 회장)과 그룹본부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면서 "각 계열농장들은 당시 자사 제품 사용을 의무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의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은 사료첨가제 사업에서도 이어졌다. 하림의 계열사들은 2012년 초부터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올품을 통해 통합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시 하림그룹 계열 회사들은 그룹 본부에 '썸벧을 거래단계에 추가하면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 파악이 늦어지고, 단가 경쟁에도 뒤처진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김 회장과 그룹 본부의 지시와 개입에 의해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적시했다. 하림그룹은 또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에게 구매대금의 약 3%를 중간마진으로 수취하게 했다.

계열 사료회사들이 거래단계 추가를 통해 썸벧에게 몰아준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 물량은 국내 기능성 사료첨가제 연평균 거래금액의 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개 사료첨가제 제조사의 평균 시장점유율이 약 0.1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당지원 없다"던 하림… "의결서 수령 후 대응"

올품은 1999년 동물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전신은 동물용 의약품 제조·판매를 영위하던 '한국썸벧'이다. 한국썸벧은 2010년 10월 물적분할을 통해 동물약품을 제조하는 한국썸벧을 신설하고, 기존 한국썸벧은 한국썸벧판매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국썸벧판매는 2013년 3월 육계가공사업을 영위하던 舊올품을 흡수합병하고, 상호를 한국썸벧판매에서 '올품'으로 변경했다.

올품은 지분 증여 전인 2011년엔 709억원, 2012년엔 86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준영씨에게 지분이 증여된 후인 2013년 매출이 3464억원으로 400% 이상 급등했다. 특히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7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한국썸벧판매와 올품의 합병에 의해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를 2018년 포착하고 제재를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하림 측이 공정위 측에 심사보고서 관련 자료 열람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서 2년 넘게 지연됐다.

하림은 그동안 계열사를 통한 올품의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 "내부 거래 과정에서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해 부당이익을 챙기게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하림 측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면서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하여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