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물류 대란으로 연말 성수기를 맞은 국내 유통업계가 분주해졌다.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하는 나라가 늘어 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물류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어도 단계적으로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물류 허브 항만에선 컨테이너 적재·하역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물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운 물류비용은 이전 대비 3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유가까지 급등하고 있어 물류비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비가 폭등한 상황이지만 수출 기업들은 선박을 섭외하는 것은 물론 물건을 실을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것마저 어려워 발을 구르고 있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도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매출보다 수출이 많은 한 식품기업은 최근 수출용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수출용 컨테이너가 현지에서 하역이 됐으면 다시 빈 채로 들어와야 하는데, 물류대란으로 회수가 안 되고 있다"면서 "배가 뜨기 직전에 겨우 컨테이너를 확보해서 수출 물량을 적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하나 옮기는 비용이 3000달러에서 9500달러로 뛰었다. 미국 동부 지역이나 캐나다는 4배 이상 올랐다"며 "운임 급등에도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 회사의 수출 품목은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이어서 물류대란으로 인한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항만에 17일(현지시간) 대량의 컨테이너들이 적치돼 있다. /연합뉴스

유통업계에선 물류대란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분야로 신선식품을 꼽는다. 국내 한 대형마트는 해외 산지에서 수입해오던 과일이 너무 익어버리는 '과숙 현상'이 발생해 애를 먹고 있다. 이 대형마트의 관계자는 "통상 4주 정도 걸리던 배송 기간이 최대 7~8주까지 길어지고 있다"면서 "장기 배송으로 과숙 현상이 발생해, 아보카도의 경우 구매 후 1~2일 안에 섭취해야 할 정도의 수준으로 입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과일은 정기적으로 발주를 하는데, 물류 대란으로 주문 순서대로 입고가 되지 않아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과숙한 제품과 덜 익은 제품을 같이 진열해 고객들이 필요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에선 수입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과일 확보에 나섰다. 포도나 오렌지 등 인기 수입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과일을 대량으로 확보해 수입 과일 수요를 돌리겠다는 것이다.

막힌 바닷길을 대신해 하늘길을 찾기도 한다. 이마트는 지난 7월 휴가철을 앞두고 삼겹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류대란으로 수입 고기 확보가 어려워지자 캐나다산 삼겹살 30톤을 항공편을 동원해 수입하기도 했다. 항공 운임이 해상 운임보다 10배가량 비싸지만, 물량 확보를 위해 비용을 치른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물류 대란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장관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올해 경험하는 (물류 대란 등) 많은 어려움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물류 대란이 내년 상반기까진 이어지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면서 "밀과 기름 등 기본적인 원자재는 선주문량을 늘리는 등 재고를 확보해 변동성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물류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을 현지 유통업체와 논의 중"이라며 "원자재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항만 상황 점검 등 물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