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향에서 청포도의 향긋함과 곡물의 단향, 바닐라향이 올라오고 전체적으로 꽃향도 다양하게 느껴집니다. 맛에서는 첫맛에서 단맛과 신맛이 느껴지는데 묵직한 단맛에는 다양한 곡물의 단맛이 있고 신맛은 청포도의 새콤함, 사과의 새콤함도 있습니다. 단맛이 강하지만 신맛이 충분히 올라와서 밸런스가 좋습니다. 마지막까지 신맛을 느낄수 있고 청포도 향이 있어서 식전주 또는 디저트와인으로 마시기 좋을듯 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병과 라벨이 고급스럽게 느껴져서 고급식당에서 취급이 가능할 듯합니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 착하지 않다(750ml 3만5000원)는 점입니다.”(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
분명 막걸리인데도 와인 같은 느낌을 주는 신상 술이 요즘 화제다. 막걸리를 담은 술병마저도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어깨가 없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병 모양)로, 여태껏 나온 막걸리 병 중 제일 고급지다는 평이 많다.
맛과 향 역시 화이트와인 느낌이다. 신맛이 다소 도드라진 게 전형적인 화이트와인의 느낌인데도, 단맛이 앞뒤로 받혀줘 맛의 밸런스(조화, 어우러짐)가 뛰어나다. 막걸리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변신하다니? 지금껏 마신 막걸리와는 확연히 향과 맛의 차이가 크다. 막걸리의 원재료인 쌀에서 오는 곡물향보다는 부재료인 청포도의 새콤함과 단맛이 더 기분좋게 다가온다. 바람 솔솔 부는 야외 간이식탁에 느긋하게 앉아 볼이 큰 와인잔(얼음 두어개 넣어서)에 마시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주 콘텐츠 플랫폼 대동여주도(대표 이지민)와 서울 연희동의 같이양조장(대표 최우택)이 콜라보(협업)해서 만든 신제품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 이야기다. 막걸리의 고급화, 전통주의 고급화를 시도한 덕분에 이 술은 시장에 내놓는대로 완판이다. 생산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세상에 없던 막걸리’를 찾는 매니아들 소비 열기 덕분이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는 개발 스토리부터 남다르다. 전통주 홍보를 주업무로 하는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가, 제품 스타일과 부재료(메인 재료는 당연히 쌀과 누룩, 물) 등을 정해, 서울 연희동의 같이양조장에 새술 개발을 맡겼다. 술 이름과 술병, 라벨 등을 정한 것은 물론 새술 시음과 마케팅도 대동여주도측이 주도했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 제조를 맡은 연희막걸리는 2020년 4월에 설립된 신생 양조장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 밑에서 전통주를 배운 최우택 대표가 만든 1인 양조장이다. 연희 매화, 연희 팔각, 연희 민트 등 양조장이 있는 연희동과 막걸리의 부재료(매화, 민트, 팔각 등)를 술 이름으로 정한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내놓은 바 있다.
주류 전문 비즈니스 기업인 대동여주도는 전통술 제품 기획에서부터 마케팅과 홍보, 콘텐츠 제작까지, 양조장을 위한 통합 솔루션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비롯해 농림부 등 정부 기관과 연계한 사업과 컨설팅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설립했다.
-전통주 콘텐츠 홍보를 주로 하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를 직접 개발하게 된 계기는?
(이지민 대표)”전국의 양조장들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같은 컨설팅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뭔가 아쉬움이 늘 남았다. 일부의 얘기일 수 있지만, 양조장들이 전통방식을 고수하다보니, 다소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내놓거나, 고급 재료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를 봐왔다. 여러차례 ‘고급화’ 제안을 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아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젊은 소비자들로부터도 ‘이런 술, 저런 술 만들어 주세요’ 얘기를 직접 많이 듣는데, 실제로 양조장들과 그런 제품을 만들어보려고 하면,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신제품을 만들어 여러 양조장들에게 자극을 주면 어떨까 여겨, 술 개발에 나서게 됐다. 우리가 양조장에 제작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전통주 만드는 양조장들에게 ‘술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긍정적 자극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 생각의 첫 작품이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다. 시장 반응도 좋다. 양이 많지 않아서겠지만, 시장에 내놓으면 금방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제품들이 계속 나오도록 준비하고 있다. 같이양조장과 써머 딜라이트의 다른 과일 버전 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양조장과도 순차적으로 새 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써머 딜라이트 막걸리는 2종류다. 청포도 막걸리,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세상에 없던 술인가?
(이대표)”청포도 막걸리는 가볍게 만든 술들이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만드는 막걸리가 어떤 막걸리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에게 가볍게 어필할 수 있다기보다는 정말 좋은 재료로 고급스런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없던’ 제품을 만들자고 했다. 요즘 뜨고 있는 고급 청포도 샤인 머스켓이 우연히 떠올라 ‘샤인 머스켓 막걸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여겼다.
최우택 대표의 같이 양조장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 부재료를 단순히 막걸리에 넣어 일정 시간을 들여 숙성시켜 만드는것이 아니라, 민트는 모히또의 버전, 매화는 람빅(벨기에 맥주)의 버전처럼 자기가 생각하는 외국술들을 한국술로 해석을 해서, 그에 어울릴 부재료를 찾아, 한국에 맞는 제법으로 창의적인 술을 만들어온 게 최우택 대표다. 그게 굉장히 인상깊었다. 각각의 제품마다, 재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컨셉과 제법을 개발해서 술을 만든 경우다. 그래서 ‘아 샤인 머스켓 막걸리를 최우택 대표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술을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시작했다.”
-그런데 우선 만든 건 청포도 막걸리였다.
(최우택 대표)”올 4월에 개발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샤인 머스켓 수확철이 아니라서 청포도 버전부터 시작했다. 샤인 머스켓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시기는 7~10월 즈음이다. 반면에 일반 청포도는 거의 연중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수확 시즌에 맞춰 8~11월에만 생산하고, 대신 청포도 막걸리는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일년 중 넉달만 생산한다는 건가?
(최대표)”5~6월에도 샤인 머스켓이 일부 출시되긴 하지만, 맛을 보니 한창 때인 8월 때보다는 다소 못하더라. 그래서 제철인 7~10월에 나오는 샤인 머스켓으로 막걸리를 만들어 매년 8~11월 사이에 시장에 내놓을 작정이다.
최고 품질의 샤인 머스켓으로만 술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샤인 머스켓을 냉동해서 쓰면 일년 내내 샤인 머스켓 막걸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B급이 아닌 A급 샤인 머스켓만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일년 내내 만들기가 어렵고, 대신에 청포도 막걸리는 계절 상관없이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상황은 이렇다. 소비자들이 평소에는 청포도 막걸리를 즐기다가, 샤인 머스켓 시즌이 오면 청포도 막걸리보다는 고급스런 샤인 머스켓 막걸리를 한정적으로 마시도록 하는 것이다. 청포도 막걸리를 마시면서 샤인 머스켓 막걸리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청포도 막걸리가 3만5000원,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4만5000원이다. 너무 비싸지 않나?
(최 대표)”샤인 머스켓 막걸리 한병에는 샤인 머스켓만 8000~9000원 어치 들어간다. 쌀, 누룩 같은 주재료비는 별도다.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제조원가 비중이 낮지 않다. 이 정도 가격(병당 4만5000원)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느끼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가격을 정했다. 요즘은 본인과 기호만 맞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시대 아닌가? 과일 말고도 제조원가에는 찹쌀, 멥쌀, 누룩, 병 값 등이 더해진다.”
-써머 딜라이트 술은 삼양주?
(최대표)”우선 밑술을 구멍떡(쌀가루에 물을 섞어 도넛 모양으로 만든 밑술)으로 했다. 우리가 포도하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게 ‘달고 끈적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포도 먹고 나면 입 안이 좀 끈적거리지 않나? 그래서 포도로 연상되는 끈적거림이 포도 막걸리의 텍스쳐(구조)로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영어로는 sticky(끈적끈적한). 이런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밑술을 구멍떡으로 한 술이다. 구멍떡은 물이 아주 적게 쓰기 때문에(범벅이나 죽에 비해 물을 적게 쓴다) 단맛은 강하면서도 끈적거림이 있다. 과일맛도 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포도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구멍떡은 물이 적어 술빚기가 어렵다. 양이 적지 않다보니 밑술 준비에 손이 많이 간다. 손목이 나갈 정도로 힘든 게 구멍떡 밑술이다. 두번의 덧술은 찹쌀 고두밥으로 했다.”
-물 대신 포도즙으로 제성을 했다?
(최대표)”대부분의 술은 발효가 끝나면 물로 제성(양조장에서 술을 빚을 때, 도수를 맞추거나 찌꺼기를 거르는 등의 마지막 단계를 이르는 말)을 한다. 가수를 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으로 물을 타지 않고 청포도즙을 탔다. 물은 아니지만 알코올 도수는 떨어진다. 꼭 물로 희석할 필요는 없다. 포도즙을 물 대신 넣으면 순곡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과 향이 난다. 그래서 완성된 막걸리에다 청포도를 직접 짠 주스를 넣었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 청포도 막걸리가 완전히 만들어진다. 발효는 40일 정도 걸린다.”
-모주 형태의 술 알코올 도수는?
(최대표)”12~13도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다 청포도 즙을 넣어서 목표치인 10도 술을 만들었다. 청포도 즙을 만들 때 물이 약간 들어간다. 100% 포도즙은 아니다.”
-왜 발효 후에 포도즙을 넣었나?
(최대표)”발효 도중에 포도 알맹이만 넣어서는 술에 침출되는데 한계가 있더라. 그렇게도 해봤는데, 포도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았다. 또 포도 알이 꽤 입자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게 갈아서 재워놓아야지 싶었다. 그래야 맛과 향이 술에 잘 배지 않겠나?
어떻든 핵심은 술에 과일향이 제대로 배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효 초기에 포도즙을 넣으면 공기 속으로 날아가 버리는게 많아 과일을 넣는 효과가 덜했다.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손실이 클수록 원가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 최종 단계에 포도즙을 넣는 게 향 손실이 가장 적었다. 또, 포도에 묻어있을 수 있는 야생효모로 해서 술이 오염될 수도 있는데, 술 발효가 끝난 다음에 포도즙을 넣었기 때문에 술이 오염되지도 않았다.”
-포도즙은 당분이 강한데, 막걸리 속에 남아 있는 효모가 당분을 먹는 당화발효(후발효)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최대표)”완성된 술에는 충분한 알코올 도수와 산도가 있기 때문에 후발효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효모활동이 거리 활성화되지 않는다. 효모 활동이 거의 중지된 상태에서 당(포도즙)을 추가하면, ‘당 절임’이라고 방부 효과가 더 뛰어나다. 그래도 후발효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숙성을 거쳐 술을 안정화시킨 뒤에 병에 담는다.”
-청포도 막걸리 개발을 의뢰하면서 어떤 스타일의 술을 주문했나?
(이대표)”우선 낮술을 할 수 있는 술이면 좋겠다고 했다. 컨셉은 대동여주도 직원들과 같이 얘기하면서 정했다. 와인처럼 낮에도 즐길 수 있는 술이면 좋겠다. 벌컥벌컥 마시기에도 좋은. 쇼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와인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막걸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음용성 측면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걸쭉한 술이 나왔다. 원재료인 쌀에서 비롯되는 곡물의 질감 탓으로 본다. 재료(청포도, 샤인머스켓이 들어간 막걸리를 만들어달라)를 얘기하고 스타일을 얘기했더니 최우택 대표가 며칠 지나지 않아 구멍떡을 밑술로 만드는 등 곧바로 술개발에 돌입하더라. ‘구멍떡을 밑술로 해달라’, 이런 주문은 당연히 없었다.
사실, 구멍떡 만드는 것처럼 양조인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왜 가장 힘든 구멍떡 밑술을 하느냐’고 했더니, 최 대표가 ‘포도가 가진 질감을 살리려면 끈적거림과 단맛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구멍떡 밑술을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실제로 술 제법이 굉장히 어렵게 진행이 돼버렸다. 좀 더 단순하게 술을 만들 수 있었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만드는데 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술이 된 셈이다.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 ‘편한게 꿀꺽꿀꺽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 만드는 사람 입장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는데, 꽤 까다로운 술을 만든 셈이다.”
-알코올 도수 10도 딜라이트 막걸리가 와인보다 도수가 높지는 않지만 꽤 무거운 술인데? 6도 막걸리처럼 벌컥벌컥 마시기는 어렵지 않나?
(이대표)”그 점에서도 양조인의 고집과 노하우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구멍떡을 밑술로 한 것이나, 발효가 끝난 막걸리에 물로 제성을 하지 않고 포도즙으로 제성을 한 것 등이 최 대표가 스스로 한 것이다. 제법은 전적으로 양조인에게 맡기고 우리는 계속 시음하면서 원하는 맛을 찾으려했다. 술이 새로이 만들어질 때마다
10번 이상 시음을 거쳤다.”
-시음을 거듭했는데 언제쯤 원하는 술이 나왔나?
(이대표)”15차례 정도 시음한 때 같다. 청포도 향이 원하는 정도로 나지 않아 계속 술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술 맛이 들쑥날쑥하는 것 같았다. 포도 향이 잘 우러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술 품질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상업용으로 팔 수 없으니 합격점을 줄 수 없었다. 포도 향을 달리 해보기도 하고, 청포도 종류를 바꿔보기도 했다고 들었다. 마트에서 파는 칠레산 청포도로도 술을 담기도 했다.
우리가 여러번 고개를 갸우뚱 하니까 최 대표가 발효가 다 끝난 막걸리에, 포도를 직접 갈아서 넣었다고 하더라. 아주 잘게 갈은 포도를 넣은 막걸리 맛을 보니, 청포도 향이 제대로 나서 좋다고 했다. 갈은 포도즙도 처음에는 발효 초기에 넣기도 했는데, 결국 발효가 마무리된 막걸리에 제성 단계에 포도즙을 섞은 것이 가장 향이 잘 우러났다.”
-최종 선택된 청포도는?
(최대표)”최종적으로 선택한 청포도는 보통 청포도보다 알이 좀 작고, 신맛이 도드라지는 청포도였다. 샤인 머스켓 품종은 다소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청포도 막걸리’에 들어가는 청포도는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한 걸 골랐다. 반면에 디저트 와인, 아이스와인 느낌을 살리려한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웠다. 청포도 막걸리 개발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이었다.
8월에 청포도 막걸리가 출시됐고, 다음달인 9월에 샤인 머스켓 막걸리가 나왔다.”
-샤인머스켓 막걸리와 청포도 막걸리 차별화는?
(최 대표)”청포도 막걸리는 신맛,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단맛을 강조하려고 했다. 맛이 달라야 두 종류 다 잘 팔리지 않겠나? 그래서 발효 도중에 온도조절을 통해 청포도 막걸리는 조금 더 신맛이 나도록 했다. 발효 과정에서 따뜻한 곳에 좀 더 오래두면 술이 좀 시어진다.”
(이 대표)”2종의 막걸리는 음식 타깃을 좀 달리했다. 샤인 머스켓은 망고처럼 고급진 단맛이 특징이다. 원래 청포도는 신맛이 강하지만, 청포도 종류의 하나인 샤인 머스켓은 단맛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청포도 막걸리는 새콤한 맛을 살려서, 전채 요리와 잘 어울리거나 식전주로 마시도록 하자고 했다. 반면에 샤인 머스켓 막걸리는 식후주, 디저트로 어울리도록 했다. 아이스와인 스타일이다. 단맛이 강한 아이스와인을 식전주로 마시지는 않는다. 식사를 끝내고 나서 마시는 디저트, 식후주로 어울리는 아이스와인과 비슷하게 샤인 머스켓 막걸리 컨셉을 잡았다. 그래서 샤인 머스켓 막걸리은 음식과 어울리기보다는 그 술 자체가 디저트라고 보면 된다.”
-술 이름과 술병 디자인 개발은?
(이대표)”이번에 개발된 막걸리가 흔한 페트병에 담겨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시각적인 효과, 차별화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막걸리 병과는 비주얼 측면에서 달라야 했다. 제품 이름과 병 디자인은 대동여주도 이지혜 차장이 맡았다.”
-라벨부터 청포도 느낌이 물씬 난다. 하지만 둘 다 청포도인데, 샤인 머스켓 막걸리 병 차별화는 어떻게?
(이지혜 차장)”요즘 젊은 세대는 오리엔탈 푸드 굉장히 즐긴다. 그런데 막걸리를 같이 마시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자, 치킨, 버거가 있는 테이블에도 막걸리, 전통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피자와 막걸리가 음식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왜냐면 피자, 막걸리의 주 재료가 밀, 쌀 아닌가? 같은 곡물이라서 잘 어울린다. 하지만 피자에 막걸리는 마시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우선 비주얼 측면에서 피자와 페트병 막걸리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즐겨 먹는 음식에 시각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우리 술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복순도가가 이런 고민을 안고 병 디자인을 한 경우다. 그럼에도 복순도가 술마저도 젊은 세대 식사 테이블에 오르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한 청포도 막걸리가 비주얼적으로도 젊은 세대 테이블에 잘 어울리도록 하자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다행이 막걸리 맛은 신맛이 적당한 결과물이 나왔다. 처음부터 낮술에 어울리는 술을 개발하자고 했는데, 낮술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야외 테라스에서 화이트와인 마시는게 쉽게 떠오르지 않나? 시원한 바람도 솔솔 부는 테라스에서 차가운 화이트와인 한잔하는 여유로운 오후? 그런 컨셉에 어울리는 한국술을 만들고 싶었다.”
-부르고뉴 스타일의 병을 택했다.
(이 차장)”테라스에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는 디자인(막걸리 병)이어야 했다. 우선 병 라벨은 청포도 느낌, 햇살 받는 나뭇잎 느낌을 냈다. 테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나뭇잎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병마개를 코르크로 한 것 역시 나무의 느낌을 강조해서이다.
술병은 고급스런 부르고뉴 스타일의 유리병으로 정했다.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유리병 찾기가 어려웠다. 이름을 ‘써머 딜라이트’로 한 것은 청포도가 대표적인 여름 과일, 여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500일의 써머’라는 영화가 있는데, 여주인공의 이름이 써머다.
‘사계절 만나는 싱그러운 여름’이란 컨셉을 잡았다. 청포도 막걸리는 사계절 나오기 때문이다. 와인으로 치면 쇼비뇽 블랑 화이트와인 같은게 청포도 막걸리다. 쇼비뇽 블랑이 무더운 여름철에 특히 잘 어울리지만, 여름에만 마시는 와인은 아니다. 사계절 마시는 와인이다. 청포도 막걸리도 사계절 즐길 수 있다.”
다음은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가 소개한 ‘써머 딜라이트 청포도 막걸리, 샤인 머스켓 막걸리 맛있게 마시는 요령’이다.
◇써머 딜라이트 청포도
싱그러운 청포도향과 함께 라임과 자몽의 시트러스함을 느낄 수 있으며
상큼한 산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은근한 스위트함이 깔려 있어 식전주로 제격. 싱싱한 채소가 가득한 각종 샐러드나 브런치 메뉴, 파스타, 샌드위치 등
브런치, 피크닉 요리, 크림 파스타나 피자, 치킨, 지중해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잔에 따라 온전히 그 맛을 즐겨도 좋지만, 6~10도로 시원하게 마시거나
얼음과 물을 더해 마시면 과실향이 더욱 상쾌하게 피어난다.
◇써머 딜라이트 샤인 머스켓
산미를 돋구는 청포도향과 함께 멜론, 바나나, 망고스틴, 리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농밀하면서도 고급진 단맛과 감칠맛, 우아한 텍스쳐가 특징이다.
샤인 머스켓의 풍미를 오롯이 느끼고 싶은 분들은 그 자체를 그대로 즐겨시거나
얼음 몇 조각을 더해 차갑게 즐겨 보셔도 좋고 디저트와 함께 식후주로 즐기기 좋다.
이색적인 방법을 원하신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를 준비한 뒤
샤인 머스켓을 슬라이스로 올려낸 뒤 막걸리를 20~30ml 부어서 디저트로 즐겨보길 권한다.
-시장 반응은?
(이 대표)”생산량이 워낙 적어 몇군데밖에 취급하지 못한다. 사실, 가격은 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병에 3만5000원, 4만5000원 하니 전통주점에서도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주점에서는 8만원 정도 받아야 하니, 거의 고급 증류주 가격이다.
그래서 내추럴와인을 취급하는 곳, 고급 수제맥주를 파는 곳 두어군데만 공급하고 있다. 전국에서 문의가 많은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샤인 머스켓 와인은 11월까지 한정적으로만 만들 예정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까칠한 술이 아닐 수 없다. 청포도 막걸리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년 내내 출시할 예정이다. 그래봤자 한달에 200병 정도 생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대량생산은 안된다는 걸 알고서 개발한 술이다. 그래서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고급 막걸리 시장을 선도했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제2, 제3의 술 개발 계획은?
(이 대표)”시중에는 이미 저렴한 과일막걸리가 넘쳐 난다. 하지만 정말 고급스런 제품은 거의 없어 제대로 된 고급 과일막걸리를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여름 아닌 또다른 계절에, 그 계절에 가장 좋은 과일을 사용한 다음 버전을 내놓으려고 리스트를 뽑고 있다. 또다른 제철과일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내놓은 샤인 머스켓 막걸리처럼 고급 버전은 항상 제철 과일을 사용하려고 한다. 가격이 싼 제품이 아닌데, 냉동과일을 쓸 수는 없다. 아무튼 시장에서 없는 제품들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다른 양조장 반응은?
(이 대표)”사실 다른 양조장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자극을 줬으면 해서 만든 술이다. 그들도 유사한 고급 제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협업해서 새 술을 같이 만들자’고 연락오는 양조장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