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값이 치솟으면서 커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으로 최대 커피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류 이동이 막히면서 원두 가격이 급등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기존 재고를 다 소진한 뒤 새로 수입해야 하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지난달 30일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94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74.8% 올랐다. 브라질커피산업협회는 올해 커피 생산이 4480만포대(6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농사에 차질이 생겼다며 최소 내년까지 공급이 불안정할 전망이라고 시장 조사 업체 피치솔루션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라질은 가뭄으로 커피 작황이 좋지 않고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코로나 뮤 변이가 퍼져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은 홍수가 발생한 데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도시 봉쇄로 물류 운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원두 가격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원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판매 가격을 유지할 경우 영업이익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들은 "미리 확보한 원두가 남아있어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고가 소진된 뒤 새로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소비자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해외 주요 산지에서 직영 농장 공급 체계로 원두를 확보해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로스팅(볶음)된 원두를 공급받고 있다"며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원두 가격 변동이 있어도 커피 가격은 그대로"라고 했다.
다른 커피 전문점들은 사정이 다르다. 커피 유통상을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원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부담이 크고 가격 조정 요인이 상당하다"면서도 "대중 기호 식품인 커피값은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 내부적으로 최대한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올라 음료 제조 원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감내하며 코로나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어떤 조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가맹점의 원활한 원두 수급을 위해 가격과 수량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되는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개인 가게들은 원두 공급 업체와 계약을 맺고 ㎏ 단위로 원두를 구입하고 있어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두 1㎏에 2만4000~2만8000원 수준인데 ㎏당 1000원 넘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데 원두값이 너무 비싸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