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의 간판.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분 정리 등 경영권 포기 행보가 논란을 잠시 피하기 위한 '매각 쇼'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003920)은 홍원식 회장 등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홍 회장 측은 전날 자정 주식 양도 계약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한앤코 측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는 이와 관련, "매도인(홍 회장 측)은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지분 매매계약을 지난 5월 27일 체결한 후 계약 이행기간까지 계약 종결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이 주식 매매 계약 해제를 통보했으나, 한앤코 측은 아직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계약 파기 여부와 책임 공방은 법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식 매도 계약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홍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원은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상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앞서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53.08%)를 3107억원에 양도·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 과장 광고 논란으로 회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세종공장 가동이 중단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며 추진한 경영권 매각이었다.

하지만 지분 매각 계약 체결 후 남양유업의 주가가 오르고,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과징금 8억2000만원으로 경감되는 등 호재가 이어지자 홍 회장이 마음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 지분매매계약(PSA)을 체결하던 5월 12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주당 36만원선이었으나, 지분 매각 발표후 폭등해 70만원대를 넘어섰다. 7월 1일에는 81만3000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도 지분양도 계약 체결액이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인 3693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지난 5월 4일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에 대해서도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과 달리 3개월 넘게 회장직을 유지하며 상반기 보수액으로만 8억원을 넘게 수령했다. 지난 4월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물러났던 장남 홍진석 상무도 기자회견 후 20여일만인 5월 26일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했다.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같은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 한앤코 측은 "당사에 대해 '말을 쉽게 바꿔서 부도덕하므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소비자를 위해서 남양유업을 못 팔겠다'고 홍 회장이 노골적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면서 "과연 누가 말을 바꿔왔는지, 지금까지 그 모든 분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숙고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는 중대한 사안으로서, 8월 31일이 도과해 해제되었다는 홍 회장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면서 "모든 진실은 법원에서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