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가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관심을 더하고 맞춤형 소비를 즐기는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30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수제맥주 오디션 '수제맥주 캔이 되다' 홈페이지를 열고 이날까지 오디션 참여사를 공개 모집한다. 생산과 유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소형 수제맥주 브루어리 인큐베이팅(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기획됐다.
오디션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소비자가 직접 선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홈페이지 '브루어리 제보하기'를 통해 수제맥주 알리기에 동참할 수 있다.
오디션 지원 및 제보 기간이 끝난 이후 오는 9월 6~24일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 집계는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10개 수제맥주를 선정한 이후 전문가의 오프라인 시음 평가를 거쳐 최종 최우수작을 뽑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오디션 방식의 프로그램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혼술(혼자 술을 먹는 것)·홈술(집에서 먹는 술) 수요가 증가한 데 따라 더 다양한 술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도 다음달 8일까지 고객이 개발에 참여한 샌드위치를 정식 메뉴로 출시하는 고객 참여 푸드 개발 이벤트 '예스 오 노(YES or NO) 샌드위치'를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앱을 통해 1~7단계의 푸드 레시피 대결 형태와 투표로 진행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5월 먼저 진행한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에 대한 긍정적인 고객 반응과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샌드위치 이벤트도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에는 약 50만명의 고객이 참여했으며, 최종 선정된 레시피로 6월 출시한 '바밀카쿠 프라푸치노'는 2주간의 판매 기간 동안 약 35만잔이 판매됐다.
롯데푸드는 최근 아이스크림 '돼지바'의 신제품 아이디어 공모전 '셰프 돼장'을 진행했다. 돼지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진행된 이번 공모전 응모 글에는 지난 25일 마감까지 1000여 개 댓글이 달렸다.
이는 프로슈머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생산 과정은 기업이 대량으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구매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기업에 요청하고 이를 기업이 구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프로슈머를 주목하는 것은 생산 비용 절감이나 홍보 측면에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가 직접 제작·유통 과정에 참여하면 소비자 반응과 수요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1차적인 검증을 거칠 수 있다"며 "또 소비자들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투표를 한 제품이 실제 출시되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흥미와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