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차지하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습니다.
지난 4월 ‘진로’(진로이즈백)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데 이어 주력 상품인 참이슬 후레쉬까지 도수를 조정한 것입니다. 회사 측은 소비자들의 저도주 선호 현상을 반영해 알코올 도수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도수 조정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원가를 크게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소주는 주정(酒精)을 물에 섞어 만듭니다. 도수를 내리면 주정값도 함께 줄어들죠. 소비자들 사이에선 주정 비용을 낮춘 만큼 출고가를 내리거나,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 소주 1병당 주정 값 2.5원 줄어…연 판매량 환산하니 36억원 이익
이번 도수 인하로 소주 1병당 주정비는 얼마나 줄고, 회사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게될까요?
먼저 주정 비용을 알기 위해선 소주 1병에 들어가는 주정의 양과 가격을 알아봐야 합니다.
소주 1병에 들어가는 주정의 양은 ‘알코올도수 = 주정 / 주정+물’ 공식으로 산출할 수 있습니다. 계산해보니 16.9도 소주 1병은 알코올 60.84ml와 물 299.16ml가 들어갑니다. 주정의 알코올도수는 95%. 이를 대입하면 최종적으로 16.9도 소주 1병에는 주정이 64.04ml, 16.5도 소주 1병에는 주정이 62.53ml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1병당 들어가는 주정양이 1.51ml 줄면서, 200리터들이 주정 1드럼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주의 양은 3123병에서 3198병으로 늘어납니다.
200리터들이 주정 1드럼은 현재 시장에서 33만 원선에 거래됩니다. 주정 1ml 당 가격은 1.65원. 소주 1병당 주정 원가가 2.5원 가량 줄어드는 셈이죠.
하이트진로는 한달에 1억5000만병, 연간 18억병 가량의 소주를 판매합니다. 참이슬 후레쉬·클래식, 진로를 합한 수치입니다. 이중 올해 16.5도로 낮춘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의 판매 비중은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간 판매량의 80%인 14억4000만병에 2.5원을 곱하면 도수 조정으로 연간 36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수가 낮아져 소비자가 취기를 얻기 위해선 이전보다 소주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익은 훨씬 불어나게 되겠죠.
◇ 계속 내려가는 소주 도수…15도 벽도 깨지나
1998년 출시된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는 23도였습니다. 이후 2004년 21도로 알코올 도수를 한 차례 내린데 이어, 2006년엔 20.1도인 ‘참이슬 클래식’과 19.8도인 ‘참이슬 후레쉬’로 브랜드를 나눴습니다.
이후 참이슬 클래식은 20.1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반면 후레쉬는 △2007년 19.5도 △2012년 19도 △2014년 18.5도 △2014년 17.8도 △2018년 17.2도로 계속 도수를 낮췄습니다. 지난 2019년엔 16.9도로 낮추며 17도 벽을 깨더니, 이번엔 16.5도로 0.4도를 더 내렸습니다.
시장점유율 2위인 롯데칠성음료도 자사 소주 ‘처음처럼’의 도수를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2014년 기존 19도에서 18도로 낮춰 출시하더니 같은해 11월 17.5도로 0.5도 더 내렸습니다. 한 해에만 1.5도를 낮춘 것이죠.
2018년엔 0.5도 낮춰 17도 제품을 출시하더니, 2019년엔 17도에서 16.9도로 낮췄습니다. 올해 초엔 16.5도로 낮춘 데 이어 지난 3월 브랜드 개선 작업을 한 후 △처음처럼 진(20도) △처음처럼(16.5도) △처음처럼 순(16도)로 제품군을 늘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처음처럼 순’이 16도까지 내려온 만큼, 조만간 16도 벽도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소주회사들이 물가 압박 등으로 출고가를 올리기 어려워지자, 도수 조정을 통해 생산비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술족과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맛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생산 비용까지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면서 “도수를 낮춰 소주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도 회사 입장에선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