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앞에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독자 제공

포인트 사용이 막힌 모바일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본사로 환불을 요청하는 이용자들이 몰리며 북새통이 벌어졌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는 전날부터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서비스 가입자 수백명이 몰렸다. 가입자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며 환불 합의서를 쓰고 결제 금액 중 일부를 돌려 받으러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들은 전날 네이버에 ‘머지포인트 사기 피해자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하고 공동 대응 모색에 나선 상태다. 해당 카페는 현재 1만4000명이 넘게 가입을 했다. 지방 거주 등으로 본사를 찾아가기 힘든 가입자들은 카페에 환불 합의서 대필해 달라는 요청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일부 카페 회원들은 수고비를 받는 형태로 환불합의서를 대필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페 측은 환불합의서 대필 과정에서 2차 피해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필 거래를 금지시켰다.

카페에서는 회원 간 환불합의서 작성 시간과 환불 처리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업체에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불 요청을 접수받고 있지만, 가입자들은 온라인으로 환불 신청을 접수하고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본사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 카페에는 본사에서 환불합의서를 작성하고 환불을 받았다는 후기는 올라오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환불을 신청한 후 처리됐다는 후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머지플러스 측은 기존 환불 공지에서 충전 금액의 90%를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으나, 본사를 찾아와 환불합의서를 작성한 사람에겐 충전 금액의 60%(잔여 포인트의 48%)만 돌려준다는 입장이다.

머지포인트는 가입자에게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표방해 인기를 끈 결제 서비스다. 머지포인트는 포인트 구매 시 20% 가량의 선할인 혜택을 받은 뒤, 대형마트와 편의점·외식업체 등에서 사용할 수 있어 ‘가성비 결제 수단’으로 입소문이 나며 가입자를 늘렸다. 일부 소비자는 이 곳에 1000만 원의 돈을 충전해 놓고 쓰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머지플러스사가 전자금융업 자격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자 11일부터 사용처가 대폭 줄었다. 이에 가입자들은 충전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진데다, 충전 포인트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환불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전날엔 일부 이용자들이 머지포인트 사태를 몰라 결제를 허용하고 있었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장을 찾아가 이른바 ‘포인트 털이’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머지포인트 결제 가능 매장 리스트가 공유됐는데, 이용자들이 포인트 결제 후 정산이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매장에서 대량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포인트로 결제를 한 것이다.

피해를 입은 한 자영업자는 “하루 최대 매출이라며 기뻐했는데, 머지포인트 사태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참담하다”고 포인트 결제 고객들에게 구매금액의 일부분이라도 재결제를 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해 온 머지포인트 운영 방식이 지속 가능한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혜택으로 고객을 확보한 뒤, 가맹점을 늘려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의 비용 손실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머지포인트 운영 방식을 놓고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 형태와 유사하다는 비판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