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조그룹 오너 일가가 개정 상법에서 도입된 '3%룰'을 피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쪼개고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습니다.
국회는 작년말 3%룰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3%룰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보유 지분이 아닌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주주들의 의결권을 제한해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들이 주주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도록 도입된 제도입니다.
원안에서는 감사 선출 시 사내·사외이사 여부를 불문하고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쳐 3%만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사내이사 감사위원은 통합 3%, 사외이사 감사위원은 주주별로 각각 3%까지 인정하도록 완화됐습니다.
3%룰이 도입된 이후 사조산업(007160)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말 사조산업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했던 골프장 합병 계획에 문제를 제기한 뒤, 감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주주명부 열람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한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사조산업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에 사조산업은 지난 2일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다음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알렸습니다.
소액주주연대가 요구한 안건은 크게 △주진우 대표이사(회장) 해임 △기존 사외이사 감사위원 3인 해임 △소액주주연대 추천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선임 등 3건입니다.
이 중 주진우 대표이사 해임 안건은 3%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4일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0%가 넘기 때문에 의결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소액주주연대 측도 해당 안건에 대해선 의결을 기대하기보다는 '책임·투명 경영'을 촉구하는 시위성 의제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 해임과 선임은 3%룰이 적용되는 만큼 표대결이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사조산업 대주주 측은 표대결에 대비해 지분 쪼개기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선 모습입니다.
사조산업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부인인 윤성애씨는 지난달 장내 매수를 통해 사조산업의 주식 1만3358주를 매입했습니다. 매입 후 윤씨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0.96%에서 1.23%로 늘었습니다.
지난달 27일엔 사조산업의 계열사인 사조대림(003960)이 보유한 사조산업 주식 9만5000주를 사조대림이 전량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습니다. 사조오양(006090)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이틀에 걸쳐 7000주를 추가 매입, 총10만2000주, 2.04%의 지분율을 확보했습니다.
사조대림 보유 지분을 사조오양이 사들인 것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조산업이 13.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조대림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으로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법 369조3항은 10% 지분을 기준으로 상호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조대림은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사조산업의 주식을 19만5000주(지분율 3.9%)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시 주총을 앞두고 대주주인 오너일가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예상되자 이를 전량 처분해 의결권을 계열사 등에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조랜더택도 사조산업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0.70%(1분기 보고서 기준)에서 1.34%로 늘렸습니다. 이날 공시한 사조산업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 총합은 54.62%. 3%룰을 반영한 의결권은 16.46%입니다.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의결권이 14.11%에 불과했으나, 지분 쪼개기와 주식 매입을 통해 2.35%의 의결권을 추가 확보한 겁니다.
사조산업은 소액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막기 위해 정관 변경도 추진하는 모습입니다. 이 회사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사항 제1호로 '정관 변경'을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관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업계는 사조산업이 정관 변경을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내이사'의 선임을 막을 것으로 봅니다. "감사위원회 총 위원의 3분의2 이상은 사외이사이어야 하고, 사외이사가 아닌 위원은 관계법령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조산업 정관 제39조 4항을 '감사위원회 위원은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등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감사위원이 되는 비상무이사'를 선임할 때는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쳐 3%밖에 인정되지 않습니다. 16.46%의 의결권이 3%로 줄어들기 때문에 표대결에서 불리해집니다.
하지만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불리한 표대결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업의 투명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오히려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버린 셈이죠.
소액주주연대 측은 이같은 사조산업의 대응에 대해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를 위해 상법을 개정한 것인데, 통합 3%가 적용되는 제도를 정관에서 지우는 방식으로 우회하려고 한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모방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주주 개별 의결권 3% 제한도 지분 쪼개기를 통해 무력화하는 모습"이라며 "기업의 편법적인 대응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상법은 기업의 정관 개정이 상법과 충돌하거나 주주의 고유권이나 주주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경우 정관 변경을 무효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조산업의 정관 변경이 개정 상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결국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같은 편법적인 대응이 적법한 행위로 인정된다면, 상법을 개정한 의미가 사라진다"면서 "사조산업 사태를 계기로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의결권을 통합 3%만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국회 등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