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연쇄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낙농가에 원유 가격 인상 철회를 요청하는 등 뒤늦게 조율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4일 낙농진흥회 제도개선 소위원회에 참석해 낙농업계에 원유가격 인상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기훈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시국에 식탁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유제품까지 가격을 올리면 가계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낙농가에 원유가격 인상을 재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라며 "원유대금 정산일까지 남은 10여일 동안 최대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제품 기업들은 낙농가로부터 매입한 원유 가격을 15일마다 정산한다. 예컨대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매입한 원유 값을 15일에 치르는 형태다.
현재 유업계는 작년에 합의한 대로 지난 1일부터 매입하고 있는 원유가격을 1리터(ℓ) 당 947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만약 대금 지급일 전까지 낙농가가 동결 제안을 수용하면 오르기 이전 가격(1ℓ당 926원)으로 계산해 값을 치르면 된다.
유업계가 가격 인상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제품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와 낙농가간 협의 결과를 보고난 뒤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원유가격 인상안 철회와 함께 현행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는 시장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를 기준으로 낙농업계와 유업체 간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국내 우유 회사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할당된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최근 10년만에 우유 소비가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도 원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다.
낙농진흥회의 우유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백색 시유) 소비량은 2018년 27kg, 2019년 26.7kg, 2020년 26.3㎏으로 감소 추세다. 특히 작년 소비량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유기본가격 결정 방식에 대해 생산자단체 측과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유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유가공협회는 "현재 낙농가들의 원유 수취가격이 생산단가 대비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다"면서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 국내 유가공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최종적으로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유가공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며 원유가격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낙농가에선 생산가가 오른 만큼 원유가격도 올려 받아야 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생산자 대표들은 유가공협회와 정부의 원유가격 동결 요구에 반발해 지난 6월 열린 낙농제도개선 소위원회에도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