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주류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홈술족'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 15일 가정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테라 500㎖ 캔 제품의 출고가를 15.9% 내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가정시장을 더욱 확대하고자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며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가격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힘을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비맥주도 지난달 말 한맥 500ml 제품의 출고가를 10%가량 인하한 바 있다.
맥주회사들이 성수기인 여름철에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주류 판매가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 국내 맥주 시장은 업소용과 가정용의 비율이 5.5 대 4.5 수준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3.5 대 6.5 비율로 가정용 시장이 급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까지 금지돼 가정용 주류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술족(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을 겨냥한 '파격가 상품' 출시도 잇따른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기존 355ml 캔 출고가 1239.2원보다 저렴한 375ml(출고가 1119.2원) 캔 묶음 팩을 출시했다. 묶음 판매이긴 하지만 양이 더 많은 375ml 제품을 355ml 제품보다 싸게 파는 셈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묶음 팩으로 판매하는 할인 상품으로, 단독으로 판매하는 355ml 캔 제품과 가격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500ml보다 양이 많은 740ml 캔이나, 미니 사이즈 250ml 캔 등 다양한 품목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저도주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량감을 주는 레몬이나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 향을 첨가한 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초 경남제약과 협업해 '이슬톡톡 레모나'를 출시했다. 이슬톡톡 복숭아, 파인애플에 이은 세 번째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이달 초 '호가든 포멜로'를 출시했다. 호가든 오리지널은 알코올 도수가 4.9도이지만, 호가든 포멜로는 알코올 도수가 3도 밖에 안되는 저도주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5월 출시한 '순하리 레몬진'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의 축이 유흥매장에서 가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가격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