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업계 2위 오뚜기(007310)가 13년 만에 진라면 등 라면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농심(004370)삼양식품(003230) 등 경쟁 기업들도 가격을 올릴지 주목된다. 이들 라면기업들은 감염병 대유행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이들의 상반기 실적이 감소한 것은 이에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회장 자리에 오른 농심 2세 신동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농심의 창업자인 고(故) 신춘호 회장의 별세 이후 2세 경영이 본격 시작된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신춘호 회장은 56년간 농심을 이끌며 국내 1위, 세계 5위 라면 업체로 키웠다. 상반기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 든 신동원 회장이 라면값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5일 오뚜기는 내달 1일부터 진라면을 비롯한 주요 라면의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이후 13년 만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의 라면 매대. 신라면·안성탕면 등 인기상품 5종만 박스로 판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라면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원재료값과 물류·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라면 가격 인상을 검토해왔으나,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라면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농심은 2016년 이후 5년째 '신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했고, 3위 삼양식품도 2017년 이후 4년째 '삼양라면' 가격을 동결 중이다. 오뚜기는 지난 2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오뚜기의 설명이다. 블룸버그 주요 식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과 팜유의 5월 기준 국제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71% 올랐다. 여기에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두자릿 수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과 물류비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라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가격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농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5% 줄어든 283억원을 기록했고, 삼양식품은 144억원으로 46.2% 줄었다. 상대적으로 라면 비중이 적은 오뚜기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6% 감소한 502억원을 기록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적으로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라면 가격 인상을 전망했다.

이에 대해 라면기업들은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오르는 등 원가 부담이 있지만, 아직 가격 인상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며 "다만 우리도 오뚜기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라면) 원가 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에 인상 요인이 없지 않다"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