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제품 회사인 일동후디스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만 사용하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이 회사는 2011년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10년 만에 똑같은 혐의로 또 처벌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정도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일동후디스 경영진이 패착을 거듭한 데서 찾는다. 오너 2세 이준수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상황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 분유 이용을 약속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일동후디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800만원을 부과했다고 전날 밝혔다.
일동후디스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를 독점 납품하기 위해 일종의 '대부사업'을 했다. 예컨대 창업하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저(低)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이렇게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은 산모들에게 일동후디스 분유만 제공했다.
또 현금과 물품 등의 부당이익도 제공했다. 일동후디스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산부인과 병원 2곳과 산후조리원 1곳에 자사 분유를 독점 사용하는 조건으로 총 2억997만 원 상당의 현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했다. 산부인과 8곳에는 2013년 7월부터 5년간 제습기, TV 등과 인테리어 비용, 광고비를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총 1억여 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1996년 부도 위기 남양산업 인수해 설립...이금기 회장일가 지분 83% 소유
일동후디스는 이금기(89) 회장이 지분 56.8%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수(55) 사장이 지분 26.1%를 갖고 있는 오너일가 소유의 가족 회사다.
일동후디스의 모태는 1970년 창립한 남양산업이다. 남양산업은 남양유업을 설립한 고 홍두영 회장의 친동생인 고 홍선태씨가 설립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유식 '아기밀'을 개발한 남양산업은 80년대 초반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분유에 주력하던 남양유업(003920)이 이유식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1996년 남양산업이 실적 부진으로 도산 위기에 처하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일동제약이 인수에 나섰다. 이금기 당시 일동제약 회장은 남양산업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일동후디스'로 바꿨다.
이후 23년간 일동홀딩스 계열사로 있던 일동후디스는 2019년 일동홀딩스(000230) 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2019년 2월 27일 일동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지분율 30%)를 이금기 회장이 126억원에 매입하고, 이금기 회장과 일동후디스가 갖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는 일동홀딩스가 사들이며 계열 분리를 마쳤다.
이듬해인 2020년 5월 이금기 회장은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돌연 사임했다.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 연임건이 통과된지 50여일 만의 퇴임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내이사직은 계속 유지한 채, 하이뮨 등 신제품 연구·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대표에서 사퇴하면서 일동후디스는 이준수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 신생아 분유 교체시 '배앓이'...분유 고착화 현상 노린 '불법 리베이트'
공정위는 2019년 6월부터 2년여간 일동후디스를 비롯해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분유업체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 조사를 진행했다.
분유회사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자사 제품을 단독으로 공급하는 대가로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현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형태의 불법 리베이트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했기 때문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제7조 1항은 조제유류를 의료기관이나 모자 보건시설, 소비자에게 무료나 저가로 공급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법에서 분유 등 유제품의 무료 공급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초기에 사용한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고착화 현상이 짙기 때문이다. 신생아들이 먹던 분유를 교체하면 '배앓이'를 할 가능성이 높아, 일주일 정도 기간을 두고 서서히 새로운 제품의 양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처음 먹인 분유를 계속 먹이는 경우가 많다. 분유 회사들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대한 영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모는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쟁 수단이 근절되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동후디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하던 금전대부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금 및 물품 제공과 관련해선 "2011년 리베이트 문제로 과징금을 받은 후 문제를 시정해 왔다"면서 "이번에 지적된 사안은 기존 계약(대출·무상제공)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수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열린 주간회의에서 "그동안 남아있던 영업 활동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라며 "향후엔 법을 준수하며 영업 활동을 해야 한다. 앞으로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