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CJ제일제당의 B2B사업 비전 선포식에서 쇼호스트들이 B2B 전문 브랜드 크레잇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국내 식품업계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백신 접종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외식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은 최근 B2B 사업담당을 본부로 승격·확대 개편하고, B2B 전용 프리미엄 브랜드 '크레잇(Creeat)'을 출범했다. 주요 고객은 외식·급식업체, 항공사, 도시락·카페 사업자다. 밥·면 등 원밀(One-meal·한 그릇 음식)형 제품, 수제 고기, 토핑 등 간편식 솔루션, 반조리·조리 가정간편식(HMR), 편의점 공동개발 제품, 샌드위치와 같은 스낵형 원밀 등을 선보인다.

지난달 1호 제품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푸라닭 치킨과 '텐더 치바로우'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트레이 원 밀(Tray one meal)'이라는 신규 상표를 등록했다.

이 회사가 B2B 사업을 강화한 이유는 식당 등에 납품하는 B2B 가공식품 시장이 고급화·다양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제조사를 공개하는 외식업체가 늘면서 B2B 사업도 브랜딩 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4월엔 스팸 제품을 사용하는 식당에 스팸 '인증마크'를 도입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의 '스팸 인증마크'.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 B2B 가공식품시장은 올해 34조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5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외식 B2B시장 규모는 2017년부터 연평균 22.1% 씩 성장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지난 5월 열린 B2B 사업 비전 선포식에서 "고객사와 고객사의 최종 소비자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을 바탕으로 급식·외식·배달식을 아우르는 식품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hy(구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B2B 브랜드 '에이치와이랩스(hyLabs)'를 선보이고, B2B 전용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열었다. 작년 4월부터 시작한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종근당건강, 휴롬, 뉴트리 등의 기업에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약 6700kg을 판매했다. 이는 야쿠르트 11억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부터 진행한 장기적 투자를 통해 자사 제품에만 사용하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에 대한 외부 판매가 가능해졌다"며 "수입산 중심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시장을 hy가 생산한 한국형 균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푸드의 '쉐프 초이스'(위)와 hy의 에이치와이랩 BI. /각 업체

B2B 사업은 제품 개발 외에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고, 대용량으로 거래가 이뤄져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급식·외식업체들이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B2B 가공식품 수요를 늘리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B2B 사업 매출은 소재 부문이 5%, 급식·외식 부문이 11% 성장했다. 중앙 집중식 조리 시설(센트럴 키친)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031440)도 사업 규모가 2015년 1800 톤(t)에서 지난해 1만 톤으로 커졌다. 이 회사는 음성·이천공장에서 국당류, 소스류, 육가공류, 면·떡류 등을 반조리 상태로 만들어 위탁급식 사업장에 공급한다. 2016년만 해도 200여 품목을 운영했으나, 지난해 품목이 400여 종으로 늘었다. 전문 브랜드인 '쉐프초이스'의 매출도 최근 3년 간 257%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식품비 지출에서 외식비 비중은 2000년 42%에서 2019년 49%로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44%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향후 배달 수요와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외식업계는 전망한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건강, 다이어트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B2B 가공식품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기존엔 식당 등 외식 종사자들이 가성비 높은 식자재를 찾았다면, 앞으로는 건강한 식자재와 다양한 맛을 찾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