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달걀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6월 말이면 공급 회복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계란 값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계란 한판(30구)의 소매 평균가격은 7550원이었다.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선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작년 7월 계란 한 판이 5000원 대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값이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많이 소비하는 계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AI 대량 살처분 △중병아리 가격 급등에 따른 입식 지연 △줄어든 살처분 보상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① AI 대량 살처분으로 인한 계란값 폭등

계란 값 폭등의 1차 원인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적으로 퍼진 고병원성 조류 독감(AI)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AI로 살처분한 산란계는 1675만마리에 이른다. 이는 AI발생 직전인 지난해 3분기말 사육 산란계수(7385만마리)의 23% 수준이다.

살처분 이후 계란농가에선 산란계를 재입식하는 등 생산량 회복에 나섰지만 계란 공급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평균 달걀 생산량은 3982만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계란 값은 전년 대비 39% 올랐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2억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하는 등 가격 안정화 정책을 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②살처분 된만큼 채워야 하는데…2배로 뛴 중병아리 가격에 입식 지연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에도 계란 값 안정이 요원한 것은 농가의 산란계 입식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대량 살처분 후 현재까지 입식한 산란계 수는 400만두 수준이다. 전체 살처분 산란계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입식이 늦어지는 이유는 산란계 중병아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산란계 중병아리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3700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2배 수준인 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계업계 한 관계자는 “대량 살처분으로 산란계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병아리 몸값이 폭등했다”며 “비용 부담 때문에 농가들이 한번에 많은 양을 입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③줄어든 보상금에 영세 농가 입식난 가중

여기에 정부 보상금 체계 변화로 농가에 지원되는 살처분 보상금까지 줄면서 농가의 산란계 영입 여력이 줄었다. 정부는 2016~2017년 AI 발생 시 살처분 보상금이 과도하게 지급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2018년 ‘살처분 가금류 보상금 산정기준'을 개정했다.

산란계 보상금은 생산비와 산란계 잔존가치를 더해 산정하는데, 2018년 이전에는 산란계 1마리(21주령 기준)당 생산비(9382원)와 잔존가치(4205원)를 정액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는 가축구입·사료·인건·연료·수도광열 비용 등의 생산비를 농가가 영수증을 제출해 직접 증명해야 한다. 농가에선 “용역비나 기타잡비 등은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영수증을 기준으로 해선 생산비를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량 살처분 보상금 규모가 예년 대비 마리당 5000원 가량 줄었다”면서 “중병아리 가격은 폭등한 반면, 보상금은 줄어 농가에서 산란계 입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 지침으로 농가 간 이동을 제한하면서 양계 농가에 입식된 중병아리에 대한 백신 투여 등 방역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닭이 건강해야 알도 잘낳고 계란 생산이 원활한데, AI 확산 방지 차원에서 농가 이동을 제한하면서 백신을 제 때 놓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양계업계는 계란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 때까지 계란 값이 계속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겨울이다. 산란계 공급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AI가 재확산 해 대량 살처분을 하게 되면 계란 값이 또 다시 폭등할 수 있어서다.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전무는 “고병원성 AI로 인한 대량 살처분으로 계란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정부 방역정책에 협조한 예방적 살처분 농가들이 살처분 이전 수준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병아리 입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