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신동원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지난 3월 27일 별세한 뒤 70여일이 지난 가운데 2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의 장남인 신상렬 농심 부장은 경영기획팀에서 경영 전반을 파악하고 부서 조율 등의 업무를 맡으며 3세 경영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르면 8월 이사회를 열고 신 부회장의 회장 선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조만간 (회장이) 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정확한 (선임)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의 회장 선임은 당연한 수순이다. 신 회장은 이미 2003년 지주사 농심홀딩스(072710)를 새롭게 만들면서 장자(長子)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지분 32.72%(올해 1분기 기준)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회장으로 있으며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갖고 있다.
회사 내부에선 신 부회장의 회장 취임 뒤 임원급 인사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말 박준 농심 부회장 유임 인사 이후 6개월째 인사가 없다. 통상 회장 별세 이후 2세 승계를 위해 임원진을 바꾸는 것이 것이 재계 관례지만, 신 부회장의 경우 2인자로 오랜 기간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이미 회사 내부에 그의 사람들이 포진해있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이 회장 직위에 오른 뒤 신 부장의 임원 승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93년생인 신 부장은 미국 칼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칼럼비아 재직 시절인 2016년 한인 학생회에서 티셔츠 등을 판매하며 수익금 200달러(약 2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신 부장은 2019년 초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지난해 대리, 올해 부장으로 비교적 빠르게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경영기획팀에서 기획 및 예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다른 농심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영 기획 업무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운용하고 있다"며 "각 부서를 조율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신 부장은 지난달 31일 신 회장의 농심 주식 20만주(약 600억원)를 상속받으며 농심 지분 3.29%를 보유하게 됐다. 신 부장은 약 35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납부 방법으로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 등이 거론되지만 동시에 임원 승진으로 연봉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신 부장은 현재 농심홀딩스 지분 1.41%도 갖고 있다. 일각에선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라 당장 신 부장이 초고속 승진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농심 관계자는 "부장으로 승진한지 얼마 안 됐다"며 "하반기 인사를 (직원들이)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1958년생인 신 부회장 역시 고려대 화학공학과와 경영대학원 무역학 석사를 졸업한 뒤 1979년 20대 초반에 농심 해외사업부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농심 미국사무소, 자재부를 거쳐 30대의 젊은 나이에 동경지사장에 올랐다. 이후 정책조정실 상무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쳐 1997년 30대 후반에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농심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인만큼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일찌감치 마련해놓고 신 부장 역시 3세 경영승계를 본격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농심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받지 않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심, 농심홀딩스, 율촌화학 등의 자산 총액은 약 4조7364억원이다.
태경농산, 메가마트, 농심엔지니어링 등 비상장 계열사까지 합치면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지만 일부 친인척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계열 분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농심이 계열 분리 신청을 해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며 "계열 분리한 곳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