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우유업체 남양유업이 식품업계에 큰 경종을 울렸다. ‘대리점 갑질 논란’에서부터 추락한 기업 이미지에 ‘불가리스 사건’이 쐐기를 박으면서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사태를 맞았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홍 회장의 아내인 이운경 씨, 장남 홍승의 씨 등이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약 53.1%)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약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기자회견

남양유업(003920)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한 회사다. 분유사업을 통해 회사를 키웠고, 유(乳)업계에서는 1990년대 출시한 ‘아인슈타인 우유’와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 등이 인기를 끌면서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창업주 2세인 홍원식 전 회장 대에서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2013년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하는 영업방식이 드러나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아인슈타인 우유의 디옥시리보핵산(DHA) 함량을 과대 광고하고, 타사에서 판매하는 커피믹스의 카제인나트륨이 유해성분인 것처럼 선동하는 등 비도덕적인 마케팅 문제도 수면 위로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창업주의 외손주인 황하나 씨가 마약 문제로 빈번히 언론에 등장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한층 악화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4년 회사 이름을 숨긴 카페 브랜드인 ‘백미당’을 열고 최근에는 백미당 우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 발효유를 주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77.8%가 사멸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제품을 실제로 마셨을 때 신체 내 바이러스가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않은 실험 결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 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악화된 여론을 돌리지 못했다. 지난 3일 이광범 대표가 사의를 밝혔고, 다음날에는 홍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리점 갑질 논란 때문에 진행한 대국민 사과에는 홍 전 회장 없이 남양유업 경영진만 참여했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온라인 댓글 논란 등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를 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면서 경영권도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의 모친과 장남도 최근 남양유업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설립 57년 만에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10년 만에 반토막이 난 상태다. 오너 일가에 권한이 집중된 지배구조 탓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정도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패착을 거듭한 결과라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