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 열풍에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시설을 늘리는 가운데 스킨케어 공장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화장품 수출에서 로션, 크림, 세럼 등 기초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커지는 데다 원료, 제형 등 연구개발(R&D)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161890)는 세종시 전의면 기존 공장 인근에서 기초화장품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공장을 철수하고 현지 생산 물량을 국내로 이전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3월 세종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뒤 신규 공장 부지를 확보해 증설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한국콜마를 올해 첫 국내 복귀 기업으로 지정했다.
코스맥스(192820)는 지난 6월부터 605억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에 있는 평택1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평택1공장은 기초화장품과 맞춤형 화장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그동안 립, 쿠션 등 색조 제품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최근 글로벌 스킨케어 수요 증가에 따라 기초화장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코스맥스 제품 구성에서도 기초화장품 비중은 커지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법인의 올해 1분기 기초화장품 매출은 하이드로겔 마스크, 선케어, 미스트 등 수출 호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전체 제품에서 기초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53%에서 64%로 높아졌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는 스킨케어 공장을 새로 짓는다. 회사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연면적 약 5만9000㎡ 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이달 착공해 내년 1차 가동에 들어간 뒤 단계적으로 생산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ODM 업체들이 스킨케어 생산시설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수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늘어 역대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54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해외로 팔리는 한국 화장품 10개 가운데 약 8개가 기초화장품인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스킨케어는 원료, 제형에 따라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구체적인 성분, 효능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병풀, 어성초 등 자연 유래 성분부터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 PDRN 등 기능성 성분을 앞세운 제품이 잇따라 유행하고 있다. ODM사가 자체 개발한 원료나 제형을 활용하는 제품도 많아지는 추세다.
색조 화장품과 비교하면 가격대도 차이가 있다. 같은 크림이나 세럼이라도 스킨케어는 성분, 기능, 브랜드에 따라 1만원대부터 수십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반면 색조 화장품은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가격 상한선이 비교적 뚜렷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화장품 ODM사 관계자는 "립스틱, 아이섀도, 블러셔 등은 명품 브랜드라도 단품 가격이 20만~30만원을 넘기 쉽지 않은 반면 스킨케어는 성분과 기능에 따라 고가 제품을 개발할 여지가 크다"며 "색조는 한 제품도 여러 색상으로 나눠 생산해야 하고 유행에 따라 주문 물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킨케어 비중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초화장품이 K뷰티 수출을 견인하는 흐름이 계속되면서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장품 원료, 용기 등 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새로운 성분, 제형을 개발하기 위한 R&D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 ODM사들은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R&D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5~6% 수준으로 글로벌 화장품 ODM 업체 인터코스의 2~3%보다 높다.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3~6개월로 글로벌 평균인 9~12개월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경영연구원 관계자는 "K뷰티 수출의 중심은 여전히 기초 제품으로, 더마, 진정, 피부 장벽 강화, 미백 등 기능성과 성분에 대한 신뢰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국내 ODM 업체들은 성분, 제형 혁신, 빠른 납기, 비용 효율성 등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